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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야수파 그림에서 마티스는 종종 화면 전체를 뒤덮는 무늬를 만들어냈는데, 캔버스 표면의 촘촘한 색면들을 통해 사물 특유의 질감과 밀도를 표현했다. 마티스가 그린 아내 초상화 ‘모자를 쓴 여인’(1905)은 색과 붓질이 더욱 거칠고 색은 밝았다. 이를 주목한 콜렉터는 미국에서 이주한 스타인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훗날 그 일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 그림의 구매를 고심해서 결정한 사실은 인정했다. 리오의 회상에 따르면 “그것은 … 선명하고 힘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물감을 거칠게 칠한 그림은 본적이 없었다” 거대하고 지나치게 장시적인 모자가 여인의 얼굴을 압도해서 불안한 느낌을 유발하는 초상화는 매우 단호하면서도 유약하고 슬퍼 보이는 인상이다. 색채의 부조화와 거친 채색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림의 흉측함이 역설적으로 무언가 중요한 예술적인 주장을 전달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듯 했다. 피카소 그림 한 점을 먼저 구매했던 스타인가가 이 그림을 사면서 마티스와 피카소는 영원한 라이벌 관계의 서막을 열게 된다. 출판사 예경에서 출간된 ‘세기의 우정과 경쟁 마티스와 피카소’(잭 플램 지음, 이영주 옮김ㆍ사진)는 동시대를 살면서 반목하고 견제하고 영감을 주고 영적 동지가 된 두 사람의 교차하는 삶과 작품을 체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마티스보다 12살 아래 띠동갑인 피카소는 마티스의 ‘모자를 쓴 여인’을 보고 자신의 작품이 상당히 촌스럽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된다. 마티스가 소화해 낸 세잔의 혁신적인 방법론이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은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끊임없는 경쟁과 우정을 새롭게 조망한다. 무엇보다도 1905년 처음 만났을때부터 죽음에 이를때까지 그들 사이에서 벌어진 끊임없는 경쟁과 우정을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저항했다. 마티스는 “우리가 상대로부터 이익을 얻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피카소는 특히 ‘마티스적 요소’를 차용하기를 즐겼다. 피카소가 애인 프랑수아즈 질로를 그린 ‘여인-꽃’은 ‘마티스 부인의 초상’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내가 만약 그녀를 그린다면 머리카락을 초록으로 하겠다”던 마티스의 말에서 직접 모티브를 얻었다. 피키소의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마티스의 여자들도 저마다 그림 속 형상 뿐 아니라 화풍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25년에서 1940년 사이에 이뤄진 마티스와 피카소의 예술적 경쟁은 몇몇 여자들에 대한 묘사를 둘러싸고 일종의 결투처럼 벌어지기도 했다. 색채와 형태, 부르주아적 삶과 보헤미안적 삶, 낮과 밤, … 그 누구도 이들처럼 대립쌍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이 둘은 적어도 한번 이상은 다음과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는 가능하면 서로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중 하나가 죽으면 남은 사람은 다른 어느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원제 ‘MATISSE AND PICASSO’(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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