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하루, 그러니까 1년 중 52일 술을 먹지 않고 과연 살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 철부지 노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1937년 4월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소설가 고히야마 하쿠. 1976년 소설 ‘데바’로 북방 문예상을 받으며 일본 문단에 발을 내 딛은 저자는 고희(古稀)를 앞두고 자신의 삶을 지탱해 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풍경화처럼 그려나간다. 그의 도둑질을 슬그머니 눈감아 뒀던 사람, 돈이 없어 전당포를 찾아간 그에게 그의 소설책을 내밀며 사인을 부탁했던 여주인, 지구가 둥글다는 저자의 말에 “보지도 못한 걸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거 아니다”며 핀잔을 주었던 아버지 등이 이 수필집의 주인공들이다. “젊은 시절 나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 명성을 얻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 믿었지만 그것도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행복이란 오직 하나,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어수룩하고 때로는 능청맞기도 하며 속세의 눈으로 보면 고지식하기까지 한 그의 삶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란 참 살만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삶을 되돌아보면서 인생의 소박한 의미를 일깨우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익살맞은 문체로 우리 인생의 한 토막 한 토막을 더듬어가는 50여 편 수필들은 독자들을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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