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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핵심은 '안전'이라면서…

교육예산, 무상보육 등 공약사업에 밀려 학교시설 개선은 뒷전

서울시교육청 개·보수 예산 4년 만에 20%까지 급감

교육부도 반값등록금 부담에 시도교육청 교부금 줄여


세월호 침몰사고 여파로 학교시설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학교시설 개선 예산은 1년 새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이 각종 공약이나 국정과제로 우후죽순 늘어난 복지예산의 운영을 떠맡으면서 정작 안전과 밀접한 시설 예산을 대폭 줄인 결과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시내 2,200여곳 유치원·초중고의 교육환경 개선 예산에 올해 배정된 금액은 801억원으로 지난해(1,70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교육환경 개선 예산이란 학교 건물과 같은 기존시설 투자에 쓰이는 예산으로 한 해 동안 서울 학교에 쓰이는 개·보수 예산의 전체를 뜻한다.

시교육청의 학교시설 개선 예산은 지난 2010년 3,678억원에 달했으나 불과 4년 만에 5분의1수준으로 급감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들고 각종 학생복지는 향상되고 있지만 정작 학생 안전과 직결된 시설투자 예산은 급감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안전 예산이 급감한 이유를 대통령과 교육감의 공약, 각종 정책과제 등에 포함된 복지예산의 급증세에서 찾고 있다. 별도의 재원 마련 방안 없이 정책만 쏟아지면서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이 관련 예산 집행을 떠맡게 됐고 이로 인해 복지의 핵심이라 할 학교 안전은 중장기적 과제로 밀려나는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도 교육청의 시설 개선 예산은 복지예산의 증가 추세와 반비례해 감소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무상급식·누리과정·무상교과서지원·돌봄교실 등 6개 주요 교육복지 분야에 배정된 예산은 올해 1조688억원으로 2010년(2,652억원)보다 5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복지예산 규모는 올 시교육청 전체 예산(7조4,392억원) 중 인건비(4조8,081억원)을 제외한 실제 가용예산의 40%에 해당한다.



문제는 서울의 경우 개축·보수가 시급한 전국 학교시설 110동 가운데 35동이 집중돼 있는 등 노후건물이 많아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대규모 시설투자가 어려운 사립고교의 비중이 67%로 가장 높아 안전 예산을 최우선으로 투입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최근 서울 환일고의 경우 인근의 재개발 공사로 건물 벽에 균열이 생기는 등 붕괴 위험에 노출됐지만 시교육청의 안전조치명령 외에 별다른 조치는 내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예산 난맥은 교육부와 기타 시도 교육청도 비슷하다. 교육부의 경우 국정과제에 속하는 '반값등록금' 등 대학 관련 복지예산을 떠맡으면서 올 예산 54조원 가운데 각종 장학 예산 비중이 4조원까지 늘었다. 이는 17개 시도 교육청 교부예산인 40조원을 제외한 전체 가용예산의 4분의1이 넘는 금액이다. 교육부의 예산 위기는 각 시도 교육청의 예산 파행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 실제 교육부는 누리과정 신설 당시 교육청 교부예산의 자연증가분만으로도 관련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고 호언했지만 올 들어 시도 교육청으로 가는 교부금마저 줄여버렸다.

예산 위기는 앞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오는 2015년부터 3~5세 무상보육을 뜻하는 누리과정 예산의 100%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 유아동 보육비 지원은 원래 서울시 예산에 포함돼 있었지만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누리과정이 신설되면서 주무부서가 시교육청으로 바뀐 탓이다. 이 밖에 돌봄교실 예산 확충 등도 예고돼 있어 별도의 재원 없이는 안전 예산이 더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각종 공약사업을 예산 확보도 없이 교육부처로 떠넘기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도 크다"며 "학교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난립해온 각종 복지예산의 조달 과정부터 재정비해 안전 예산이 먼저 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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