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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토성 사적지 및 환경대책위원회’ 개최…주춧돌·왕성규모 등 논란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풍납토성 사적지가 주민 이주비용 문제로 문화재청·서울시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 심포지엄에서 풍납토성이 백제시대 왕성인지 여부를 놓고 팽팽한 토론이 벌어졌다.
‘풍납토성 사적지 및 환경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3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서울 풍납토성 백제왕성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충남대 박순발 고고학과 교수가 ‘백제 도성, 풍납토성’, 이희진 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풍납토성이 백제 왕성일까?’라는 주제로 각각 상반된 내용을 발표했다.
먼저 발표에 나선 박 교수는 “풍납토성 내엔 동서로 이어지는 도로망과 더불어 남북 도로망도 확인됐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도로망의 구성으로 보면 종묘로 판단되는 경당 44호 북단에 있는 동서 도로망의 북측 지역이 왕궁의 입지로는 가장 유력하다”며 ‘풍납토성 한성백제 왕성론’을 지지했다.
이어 “중국의 역대 도성 궁성이 외조 정전, 내조 정전, 후침 등 3진 원락 구조로 정착돼 청대까지 지속된 점을 참고하면, 백제의 왕궁 역시 이런 구조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풍납토성에서 발견될 왕궁 역시 지상 건물지로서 상돈 방식의 주초(주춧돌)로 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두번째 발표자인 이 소장은 △주춧돌(초석)이 발견되지 않은 점 △발견된 기둥 규모가 작다는 점 △왕성 규모가 작다는 점 △도시구조가 무질서하다는 점 △홍수가 잦았다는 점 △엄청나게 많은 유물이 나온 점 △옛 기록에서의 위치 등 ‘7가지 미스터리’를 제시하며 박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금까지 발견된 주춧돌은 왕성급이 아닌 움집 수준에 불과하다”며 “고구려 왕들이 대형 기둥을 받치고 있는 와궁에서 살았는데 그 라이벌인 백제왕이나 귀족들은 그때까지도 움집 수준의 건물에 살았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 이후 정원영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는 한종섭 백제문화연구회장,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 문화유적학과 교수 등이 주제발표자와 함께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날 심포지엄에 대해 한영진 풍납토성 사적지 및 환경대책위 위원장은 “최근 공주·부여·익산 지역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은 축하할 일”이라면서도 “여기에서 빠진 풍납토성을 생각하면, 과연 한성백제의 왕성이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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