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시장 감독능력을 갖췄느냐는 날선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금감원 출신들이 금융회사 감사직에서 잇달아 퇴진하고 있다. 금감원이 '낙하산 감사' 폐지를 선언한 후 신규 선임이나 연임을 앞둔 금감원 출신 감사와 해당 금융사들 모두 커다란 압박감을 받고 있어 이 같은 퇴진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된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금감원 조직과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보류됐던 이 전 부원장보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제한요건 확인 심사는 이달 말 다시 다뤄질 예정이었으나 이 전 부원장보가 심사 요청을 철회함에 따라 심사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또 이 전 부원장보를 감사로 선임하기로 했던 지난 3월22일 신한은행 주주총회의 결의도 백지화됐다. 앞서 메리츠종금증권은 금감원 출신인 백모 감사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지만 조기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3일부터 이날까지 상근감사를 공모했다. 현재까지 메리츠종금증권 감사직에 지원한 인물 중에는 금감원 출신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오는 27일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금감원 조사국 출신인 김모 감사의 후임으로 같은 금감원 출신인 윤모씨를 선임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태 때문에 교체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금감원 출신 감사의 연임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지만 이를 그대로 진행할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발표한 쇄신방안에 대해 퇴직 직원과 금융회사들이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좌불안석인 현직 감사 중 일부는 자진해서 퇴진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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