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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6월 27일] 중재는 없는가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한껏 희망으로 가득했던 국민들 가슴에 혼란과 불안이 가득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야기된 촛불집회는 꺼질 줄 모르고 집회 참가자와 공권력 사이의 충돌은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 의지대로 26일 쇠고기 고시가 발효되면서 시민단체에서는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는 방안을 찾는 등 논란과 혼돈이 격화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미 오는7월2일을 총파업과 단계별 투쟁으로 결의해놓고 준비에 들어갔다. 화물연대 파업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건설기계 노조의 작업거부 사태도 확산될 양상이고 부산 항만노조는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경제를 살리고 희망을 키우는’ 정부를 기대했던 국민들 가슴은 새 정권이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에 고통으로 시꺼멓게 타버렸다. 정국은 ‘신뢰와 소통’을 잃어버린 정부 탓에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인 듯한 ‘아나키즘적’ 상황에 빠져들었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이날 “촛불시위로 사회가 진통을 겪으며 어려운 상황이고 경제 사정도 나빠지고 있는데 희망적인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정부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질타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절박한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각 현안들에 효율적이고 현명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쇠고기 수입 협상 및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미숙하고 어처구니없는 대응과 실수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좌절감을 느꼈다. 화물연대 등의 파업에서 드러난 한 템포 늦은 대응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안이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청와대 수석진을 교체한 후 내각에 대한 개각은 시기를 놓친 채 뜸만 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현안과 관련된 담당 관료는 물론 공직사회 전체가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등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버린 듯 하다. 정부 스스로 사태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 각 관련 단체와 이해집단의 일방적 논리만 이런 현실 아래 증폭되며 횡행하고 하다. 아나키즘적 국면에서 국민들의 고통은 응어리진 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민과 국가 간 충돌, 이해가 다른 집단 간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국민 전체와 국가 이익의 시각에서 접근해 올바른 대안과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중재자, 중재적 기능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더 걱정하고 가슴 아파하고 있다. 먼저 국가의 모든 문제에 중재적 역할을 해야 할 국회는 보이지 않고 있다. 쇠고기 수입 문제로 개원에 차질을 빚은 18대 국회는 각 정당의 당 대표 선거전에 열이 붙으면서 아직 구체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 기능의 상실은 국가 전체의 중재기능을 잃는 것이다. 국가의 정신적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할 국가적 원로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현명하고 혜안 있는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해 흑백논리 대결 양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그들의 격정적 논리를 정제시켜주고 가다듬어줄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 노사정위원회가 민주노총이 탈퇴한 후 전혀 제기능을 못하면서 노사 문제는 올 들어 특히 집단적 충돌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녕 우리 사회에 중재자, 중재적 기능은 없는가. 세계 12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이 나라가 집단적 충돌현상에서 빚어지고 있는 혼돈 상황을 슬기롭게 소화하고 극복해낼 시스템을 갖지 못하고 있는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핵심기능이 더 늦기 전에 속히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 국회는 당장 개원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또 사회적 원로와 지식인들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구축해놓은 다양한 협의채널도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 대립과 갈등 구조로 앞뒤가 꽉 막혀버린 이 상황을 좀더 일찍, 효과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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