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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8월 13일] 김성근식 개각

우현석<생활산업부장>

그를 만난 건 SK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앞둔 2007년 10월 중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였다.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만나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SK는 파죽의 4연승으로 우승했고, 김성근도 생애 처음으로 우승팀 감독이 됐다.

한 번 우승을 맛 본 김성근과 SK는 이듬해인 2008년에도 우승컵을 거머 쥐었다. 지난 해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기아에 3승4패로 발목을 잡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SK는 올 해에도 2위 삼성을 멀찌감치 따돌린 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시점에 SK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의심하는 야구팬들은 아무도 없다.

3년이 지난 오늘 야신(野神) 김성근을 다시 기억하는 것은 그 동안 이어진 SK의 성적이 감독으로서 그의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날 인터뷰에서 데이터를 신봉하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 야구가 데이터에 근거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육감으로 어떻게 경영을 하나? 이기려면 데이터를 살펴서 방법을 만들어내야지. 우리나라 야구는 두들겨 맞아도 에이스라고 그냥 놓아 두는 게 문제다. 그건 감독이 책임을 회피할 구실과 핑계를 만드는 것일 뿐이다. 에이스라고 믿고 맡겼더니 맞아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방법을 내서 이기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설명 처럼 그는 컴퓨터도 없던 충암고등학교 감독 시절부터 선수들의 기록을 꼼꼼히 정리했다. 그리고 그 기록에 근거해서 선수를 기용했다. 그런 그의 용병술은‘비정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공정성에 관해 토를 다는 이들은 없다.



용인(用人)에 관한 그의 변(辯)은 다시 이어진다.

“선수들 중에는 ‘내가 왜 야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를 발견하면 감독 김성근은 교주(敎主) 김성근으로 변신한다. 세뇌를 하기 위해서…. 그래서 일년 후 쯤에는 ‘오로지 야구를 위해 사는 선수’로 바꿔 놓는다. 물론 그 중에는 정신 개조가 안 되는 선수들도 있다. 난 그런 선수들과 타협한 적이 없다. 내가 거기에 맞춰 버리면 다른 선수들까지 다 죽는다.”이쯤 되면 그의 용인술은 단순한 작전이 아니라 심오한 철학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그의 용인술은 분별 없고, 낙후한 다른 분야의 인사방식에 준열한 질타로 다가온다. ‘미래의 먹거리’라고 목에 힘이 들어간 금융계의 인사 난맥상이나, 지연, 학연에 목을 메는 정치권을 보면 김성근식 용인술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잘 나가는 지도층 인사를 자처하는 그 들이 김성근식 실적주의 인사를 반(半)만큼이라도 따라 한다면 아마도 그 바닥의 꼴이 지금 보다는 나을 것이다.

마침 정권 후반기로 접어든 정부도 개각을 단행,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1일 라디오프로에 출연, 이번 개각 인선 만큼은 숙고에 숙고를 거듭했기 때문에 큰 잡음 없이 청문회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 처럼 국가를 경영할 인재를 낙점하는 일은 야구의 용병술 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웠을 것이다. 인사권자인 대통령도 그의 선택이 최선인지 고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를 두고 ‘레임덕 대비 인사’니, ‘박근혜 대항마 육성 포석’이니 말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 번 개각이 오로지 국리민복을 위한 충정에서 유능한 인재를 발탁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야신(野神) 김성근이 선수들을 줄 세우는 대신 오로지 실력에 따라 발탁했던 것 처럼 말이다. 김성근은 매 경기 선발라인업을 짤 때 마다 그의 권한을 버리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모든 것을 쟁취했다.

대통령의 이 번 개각도 그런 성공적인 인사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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