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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경제 테마별 점검]벤처투자 시장
입력2002-01-09 00:00:00
수정
2002.01.09 00:00:00
경기호전 힘입어 활성화… 본격회복엔 걸림돌 많아'실질적 호재와 잠재적 악재' '기대 반 우려 반'
올해 벤처캐피털들이 바라보는 벤처투자 시장의 기상도는 '맑지만 한때 구름'으로 요약된다.
주변 여건은 분명히 호재로 둘러싸여 있지만 군데군데 악재 요인이 끼여 있어 결코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예상이다. 지난해보다는 낫겠지만 예년의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는 것이다.
우선 경기가 호전되고 이에 따라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호전될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여기에 지난해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미국경기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고 국내에서는 월드컵 특수를 기대할 수 있어 국내외적으로 벤처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요인은 골고루 갖춰져 있다.
이러한 투자 활성화 조짐은 올해 창업투자회사들의 투자계획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최근 벤처캐피탈협회에서 84개 창투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투자계획을 보면 창투사들은 올해 자체 계정으로 2,227억원, 투자조합 결성을 통해 5,758억원 등 총 7,985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려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투자실적이 자체 계정 1,657억원, 투자조합 2,748억원 등 총 4,40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80%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투자액의 약 80%인 6,257억원을 3ㆍ4분기 내에 집중할 계획에 있는 등 조기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투자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투자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올해 정부의 투자조합 출자액은 지난해의 2,993억원보다 700억원이나 늘어난 3,700억원 수준.
구체적으로 보면 중소기업청이 1,5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연금을 활용할 계획을 세운 보건복지부가 1,000억원, 정보통신부 450억원, 과학기술부 300억원, 문화관광부 200억원, 농림부 150억원, 산업자원부 100억원 등이다. 정부에서는 이를 통해 약 1조원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개인투자자들도 점차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KTB네트워크가 IT전문조합 공모에서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220억원의 개인자금을 모집한 데 이어 한국기술투자도 60억원 이상을 모집하는 등 그동안 투자를 외면했던 개인들이 다시 벤처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가 "올해 개인 쪽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하지만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이 바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미국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테러 전쟁이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엔화 약세가 국내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말 예정된 대통령선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업체가 아닌 대형 벤처캐피털들이 '수익성 위주'라는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택한 것도 바로 이러한 요인 때문이다.
실제로 KTB네트워크는 올해 벤처투자액을 지난해보다 150억원 가량 줄인 700억원으로 축소하고 재원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산은캐피탈도 투자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500억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한국기술투자는 590억원을 책정해 대폭 늘기는 했지만 지난해 자체 이유 때문에 투자를 자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전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정부쪽 움직임 역시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벤처투자 재원을 확대하기는 했지만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역할을 대폭 축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지난해 벤처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발행했던 1조4,000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CBO를 올해는 전혀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나 최근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몰아주기식 지원을 안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벤처투자를 위축시키는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 초반까지 일본계 자금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해외자금 유입도 최근에는 주춤거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게다가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각종 '게이트'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호전되고 따라서 벤처투자가 지난해보다 활성화될 것이라는 데는 업체 대부분이 공감한다"고 전하고 "하지만 벤처에 대한 불확실성이 오히려 이전보다 커졌기 때문에 투자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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