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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실정 문책해야(사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민들이 하나같이 느끼는 궁금증이 있다. 그렇게도 좋았던 경제가 어떻게 이처럼 철저하게 파탄에 이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것도 5년사이에 이 지경이 됐으니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국민들은 분노와 패배, 실망감에 싸여있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국민들이 책임소재를 규명, 문책요구에 나서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우리경제에 이상이 있다는 적신호는 벌써 오래전부터 들려왔다. 정부가 이를 무시한 것이다. 지난 봄에도 국제기관이나 국내민간연구소들은 외환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오히려 국내민간연구소들에 대해 『헛소리하지 말라』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관료들의 오만방자한 행위의 전형이다. 경제사령탑인 강경식전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퇴임직전까지도 국내외에서 거짓말만 해댔다. 『한국은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해서 동남아와같은 외환사태는 일어날 수 없다』고 자신만만해 한 것이다. 벌써 달러는 바닥이 난 상황이었다. 이경식한은총재도 강전부총리와 같은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책임은 최종적으로는 김영삼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그는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헌법을 보위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켜야할 책무가 있다. 취임당시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까지 했는데도 이를 태만히 한 것이다.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청와대 경제참모들도 책임을 함께 해야 한다. 직무유기, 배임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형사소추 대상이 되느냐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주권을 IMF에 내줄 정도로 경제를 파탄시켰다. 경제정책 당국자들은 회생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무사안일에 빠져 실기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로 국제사회마저 우롱, 국가신뢰도를 떨어뜨렸다. 검찰에서는 우리와 똑같은 경제위기를 겪은 멕시코와 태국의 사례를 수집,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는 경제정책 책임자들에게 국가파탄의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한 관례가 있다고 한다. 태국은 지금 전임총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다. 감사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정책 당국자들의 직무태만, 외환관리감시체계 등 감사해야 할 부문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번기회에 공무원사회의 병폐인 무사안일과 국민들에 대한 거짓말 습관도 고쳐져야 한다. 관료들의 군림하는 자세도 바로 잡아져야 한다. 책임지는 풍토가 없으면 나라가 올바로 서지 못한다. 형사적·행정적·도의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 옷만 벗으면 그만이라는 관행이 우리 관료사회를 병들게하고 오늘과 같은 위기를 자초했다. 더 이상 이같은 관행이 통해서는 안된다. 그런다고 국민들의 분노와 패배, 실망감이 씻겨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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