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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일자리 청년엔 계륵?

"임금 차이에 전일제 전환 보장없어 불안" 구직 신청 주저

"시간제 교사는 학원 강사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설마 청년들에게 시간제 일자리를 계속 하라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전일제로 바꿔줘야죠."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에 나서면서 청년 구직자들이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청년 구직난을 완화한다는 생각이지만 구직자들에게는 온전한 일자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 드는 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구직을 하는 청년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양질의 시간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8일 중앙정부ㆍ지자체ㆍ학교ㆍ공공기관 등 전 공공 부문에 걸쳐 내년부터 시간제를 뽑겠다고 발표했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범수(24)씨는 "아무리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도 근무시간이 절반이면 임금이나 승진에서도 그만큼 차이가 있는 것 아니냐"며 "공공기관에서 시간제를 뽑으면 급한 대로 지원하겠지만 채용돼도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이모(28)씨는 "양질의 시간제는 어느 정도 근무하면 전일제로 바꿔주는 인턴 같은 개념인 건지 헷갈린다"며 "그런 것도 아니면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홀로서기해야 할 청년들에게 시간제를 계속 시켜 고용률을 올리겠다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청년 구직자들은 시간제 일자리에 뽑히더라도 전일제 전환을 요구하겠다는 의견이 많아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이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와 같은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상명대 교육학과 20명을 조사한 결과 7명은 시간제로 뽑히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13명은 아예 시간제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견이었다.



상명대에서 임용고시 공부를 하고 있는 김은지(24)씨는 "당장 취업이 급하기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 공고가 나면 일단 지원은 하겠지만 이후에 전일제로 전환해주지 않으면 화날 것 같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청년보다는 여성과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추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시간제 일자리의 롤모델로 꼽히는 네덜란드도 시간제고용의 75%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청년고용 문제는 인력 미스매치 해소, 직무능력 위주 교육ㆍ채용 시스템 정착 등 정공법으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간제-전일제 전환이 아직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제 일자리로 청년을 뽑으면 전일제로 전환해달라는 압박에 부딪칠 수 있다"며 "현 시점에서 시간제 일자리 채용은 경력단절 여성과 은퇴 노후 준비ㆍ건강 등의 문제로 근로시간 조정을 원하는 중장년층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시간제 일자리를 신규 채용만 할 게 아니라 기존 전일제 근로자가 자유롭게 시간제로 전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올해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64.6%가 시간제로 일할 뜻이 있다고 답했다. 시간제 전환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있다는 뜻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간제 전환으로 근로시간이 줄면 자연스레 신규 시간제ㆍ전일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고 장시간 근로관행도 개선할 수 있다"며 "자유로운 근로시간 선택은 '시간선택제'라는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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