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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잔치 사흘…피는 이념보다 진했다

눈물잔치 사흘…피는 이념보다 진했다[장벽을넘어서] ■이산상봉 마지막날 "오마니 오래 사세요" "형님 건강하세요" 통곡 "하루빨리 통일돼서 다시 만나자" 굳은 약속 「3박4일간의 피눈물나는 만남은 서러운 잔치는 막을 내렸다」 남측의 방북단은 서울로 돌아왔고, 북측의 방남단은 평양으로 떠났다. 50년간의 헤어짐에 나흘이란 시간은 너무도 짧았지만 7000만 겨레는 하나가 됐고, 이념도 체제도 혈육의 정을 막지는 못했다. 『다시 만나자』라는 기약없는 헤어짐을 「통일의 약속」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겨레의 숙제가 아닐까. 서울을 떠나며 ○…오전 8시 워커힐호텔 숙소에서 북쪽 친지들에게 작별인사를 나눴던 남쪽 가족들은 공항으로 뒤따라와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부모, 형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마니 오래 사세요』 『형님 건강하세요』라고 외치며 애끓는 설움을 토해냈다. 이들중 일부는 친지들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땅바닥에 주저앉아 참았던 울음을터뜨리며 영영 못볼지도 모르는 가족들의 이름을 크게 소리내 연거푸 불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리춘명(70)씨의 고종사촌 최인환(49·경기 평택시 세교동)씨는 「환영 리춘명. 또 만나고 싶다. 건강하세요 동생일동」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출국장으로 들어서는 리 씨에게 돌진, 경찰의 호위망을 잠시 흐트러뜨리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백운기(73)씨의 조카 승호(33)씨는 19개월된 딸과 함께 「건강하세요」라고 쓰여진 노란색 플래카드를 들고 큰아버지를 배웅했고 백 씨는 마지막으로 조카손주를 품에 안았다. ○…죽은 줄만 알았던 북쪽의 형 박영만(69)씨를 만난 효만(65·부산 수영구 남천동)씨는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만든 고급청주 막걸리인 「청맥」 156상자를 북측 이산가족 상봉단에 선물로 제공. 부산탁·양주제조협회장인 효만씨는 전날 살아있었던 형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북쪽 형을 비롯해 이산가족 100명 전원과 북쪽 이산가족 수행원 51명에 각 1상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5상자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달, 북측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 ○…쉐라톤 워커힐 호텔은 상봉 장소에서 이별의 장소로 바뀌면서 호텔 광장에는 남쪽 가족들의 애절한 감정을 담은 갖가지 피켓이 등장, 눈길을 끌었다. 전남 영암군이 고향인 오경수(70)씨 가족은 『남북은 하나다. 통일은 필수다』라는 피켓을 들고 나와 분단으로 인한 이산의 아픔을 더욱 절절히 느끼게 했다. 이별의 아픔을 표현한 남쪽 이산가족들의 애틋한 피켓 내용보면 「휴전선이 미워요」 「오래 오래 사세요」 「위원장님. 대통령님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등이다. ○…검정색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타고 공항에 도착한 류미영 단장은 이날 차에서 내린뒤 안내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 3층 의전실로 들어가 서울출발 성명을 발표했다. 류 단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방문에서 여러모로 협조를 아끼지 않는 남측 적십자사 관계자들에게 사의를 표하며 동포애의 심정으로 따뜻이 맞이해주고 환대해준서울시민과 각계 인사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평양을 떠나며 ○…꿈만 같던 3박4일을 가족들과 함께 보냈던 남측의 이산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의 눈물어린 환송을 받으며 평양을 떠났다. 남측의 이산가족 방문단은 18일 아침 숙소인 고려호텔로 전송나온 북측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가족들은 호텔 1층 로비에서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오열했으며 『이제 가면 언제 만나나』 『몸 건강히 잘 있으라』며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일부 가족들은 폴로라이드 사진기로 가족들과 마지막 순간을 사진에 담았으며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족들이 탄 버스 차창에 손을 붙이며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했다.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 100명은 오전 11시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 대한항공 특별기에 몸을 싣고 낮 1시5분 평양을 떠났다.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장인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앞으로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비용이 절감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판문점을 통한 방북과 행사준비의 간소화를 북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장 총재는 또 기자들과 환담 과정에서 『장재언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의 서울방문을 요청했으며 고건 서울시장과 량만길 평양시 인민위원장의 상호 방문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장 단장은 북측 가족 39명이 나오지 못한 것과 관련해 『연락 통신 등이 확실치 않은 부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또 가족 월남 이후 이름을 바꿔쓰는 경향이 적지않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측도 계속 찾겠다고 약속해 왔다』고 말했다. ○…「선전ㆍ선동의 위력한 사상적 무기」로 성격이 규정돼 있는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빚어진 어색한 장면보다 이산의 아픔과 통일의 당위성에 초점을 맞춘 내용 위주의 보도를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유일한 통신사인 조선중앙통신, TV방송인 조선중앙텔레비전방송 등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17일의 개별상봉 소식을 전하면서 이산가족들이 『오늘은 비록 헤어지지만 나라의 통일을 하루빨리 이룩하고 통일된 강산에서 우리 영원히 함께 모여 살자고 굳게 약속했다』는 부분을 부각시켰다. 특별취재반 오철수·한영일·김홍길기자CSOH@SED.CO.KR 입력시간 2000/08/18 19:0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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