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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잠재부채 437조 괴물

공무원 1명 연금 지급에 연간 650만원 혈세 들어<br>국민·군인·사학연금과 한 수술대 올려 개혁해야


박근혜 정부가 140개 국정과제 실현에 필요한 135조원 마련을 위한 재정계획인 공약가계부를 곧 내놓는다. 세입을 51조원 확충하고 84조원의 세출을 구조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정치권을 시작으로 반발이 거세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도로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서 가장 많은 12조원의 세출을 깎으면 신규 공약사업이 줄줄이 좌초, 내년 6월 지방선거가 힘들어진다며 아우성이다.

이처럼 기초연금 도입, 보육지원 확대 등에 필요한 복지예산 확보는 지난한 작업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국정과제를 중장기과제로 미루고 각 과제도 퍼주기 시비가 일지 않도록 조율해 예산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공약 이행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듯하다. 임기 중 적자 보전에 15조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문제에도 눈을 감고 있다.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 수급자에게는 기초연금을 주지 않겠다는 정도만 거론할 뿐이다. 웬만하면 200만원대 후반 이상, 일부는 4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 이들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문제에도 소극적이다.

한해 2조원 안팎의 혈세를 적자 보전에 쓰는 공무원연금은 수많은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 35만 공무원연금 수급자(유족ㆍ장해연금 포함)에게 연금을 주느라 퇴직 공무원 1명당 650만원가량의 세금을 추가로 쓰는 셈이다. 정부는 2001년부터 공무원ㆍ군인연금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해주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적자 보전금만도 2015년 3조원, 2020년 6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정부 부채 902조원 중 공무원ㆍ군인연금 잠재부채가 437조원으로 절반에 이르는 까닭이다.

공무원들은 현직에 있을 때는 인허가권을 쥔 슈퍼 갑(甲)이고 퇴직 후에도 죽을 때까지 세금으로 두둑한 연금을 보장받는 특권층이다. 100만 공무원이 4,900만 국민의 목에 빨대를 꽂고 있는 셈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덜 내고 아주 많이 받는' 구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상한액을 계속 내도 130만원 안팎의 연금을 받는 게 고작이지만 공무원들은 30년 근무하면 200만~400만원 이상을 받는다.



2008년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고 했지만 당시 10년 이상 재직자들이 퇴직 후 받는 첫 연금은 같거나 1만~2만원 깎이는 수준에서 그쳤다. '그대로 내고 덜(최고 33%)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은 모든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공무원연금 개선안은 주로 신규 가입자에게 덤터기를 씌웠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전문가들이 만든 개혁안을 무시하고 공무원노조 측이 구성원의 반을 차지하는 위원회를 새로 만든 뒤 노사협상 방식으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한 덕분이다. 국민연금과 체계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쉽지 않은 덕도 봤다. 그나마 군인연금은 올해에서야 이 정도의 제도개선에 나선다.

정부가 학교 측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사학연금의 경우 2033년 재정 고갈이 예고돼 있다. 사학연금법에는 공무원ㆍ군인연금과 달리 국가가 적자를 보전해줄 수 있다는 내용만 담겨 있는데도 적자가 생기면 국민의 세금에 기대려 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국민연금법에는 아직 그런 조항이 없다. 하지만 2060년 재정 고갈이 예고된 국민연금도 암묵적으로는 국가에서 지급책임을 지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머잖아 세금을 걷어 연금 지급 재원으로 함께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을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 방식으로 개혁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 전에라도, 연금 특성에 따라 '플러스 알파'를 인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연금을 같은 원칙과 잣대 위에서 똑같이 수술대에 올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형평성 논란이 생기지 않고 직종별 이기주의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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