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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만능주의 빠져드는 대한민국] 중앙정부를 화수분으로 아는 지자체

사업 비용 예측은 뒷전 일단 지르고 "돈 내놔라"<br>재정자립 1위 서울 마저 자기 책임원칙 허물어져<br>일각선 조세체계 조정 등 자주재원 확충 방안 역설


"일단 신청해 놓고 보는 거죠. 많이 따내면 좋은 거 아닌가요."

최근 중앙정부에 특정 사업과 관련해 국고 지원을 요청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사업추진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히 예측한 뒤 중앙정부와 적정한 매칭비율을 선정하는 것은 뒷전이다. 우선 크게 지르고 보자는 식의 이 같은 '정부 만능주의'는 민선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7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진행 중이다.

현재 대중교통 요금인상을 놓고 벌어진 서울시와 중앙정부 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주요 근거로 노인ㆍ장애인 등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을 이유로 들며 정부 측에 보전을 요구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실시하는 제도인 만큼 매년 2,000억원이 넘게 발생하는 손실금을 국고로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지자체의 '맏형'인 서울시가 정부에 손부터 벌리고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한 해 예산은 20조원이 넘는다. 지자체의 자율적 재정운영 능력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 역시 지난해 기준 90.3%로 전국 평균인 51.9%를 크게 웃돌고 있다. 2위인 경기도(72.5%)보다 17.8%포인트, 꼴찌인 제주특별자치도(25.1%)보다는 무려 65.2%포인트나 높다.

이 같은 현실을 의식한 듯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이 가장 양호한 서울시마저 중앙정부에 손을 벌린다면 자기 책임 원칙이 허물어져 나라 살림 꾸리기가 정말 힘들어진다"면서 "다른 지자체까지 정부에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중앙정부를 '화수분'으로 여기는 곳은 서울시만이 아니다. 재정상황이 열악한 자자체 일수록 더하다.



강원도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건립한 알펜시아리조트의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하루 금융이자만 1억원 넘게 물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도는 올림픽 경기장 시설 및 교통망 확충 등에 필요한 건설비용의 75%를 국고보조로 따냈다. 당초 재정부는 법률에 따라 지원하도록 돼 있는 30% 수준을 고수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등에 업고 재정난을 호소하며 압박해온 강원도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동계올림픽이 국가적 행사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발생한 적자를 중앙정부가 보전해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인천시도 내년도 국고보조 확보 목표액을 올해 정부예산에 반영된 1조3,219억원보다 21% 늘어난 1조6,000억원으로 책정한 상태다.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해 신규 사업을 최대한 억제했다고는 하지만 인천시에 대한 국고보조는 지난 2004년 4,744억원에서 올해 1조3,219억원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이 밖에 전국 시ㆍ도지사들은 다음달부터 적용되는 0~2세 영ㆍ유아 무상보육 확대에 따라 현행 50%인 국고보조율을 지방재정 부담을 이유로 9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며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정부에 의지하는 지자체의 태도 문제를 지적하기에 앞서 지방자치의 근간이 되는 재정자립도를 향상시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 국세 위주(국세 80%, 지방세 20%)로 돼 있는 조세체계를 선진국 수준(60대40)으로 조정하고 지방 자주재원 확충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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