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재벌정책] 재벌규제대상 범위 축소론 왜 나왔나
입력1998-11-23 00:00:00
수정
1998.11.23 00:00:00
재벌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립이 시급하다.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수십조원의 외형을 자랑하는 대형그룹이 있는가 하면 불과 몇개의 계열사로 1조원 미만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도 분류기준상 재벌 범주에 포함되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벌정책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재벌범위에 대한 실효성있는 정의가 내려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단지 외형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경제력집중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서는 안되겠지만 적어도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대형그룹들에 대해 재벌규제책이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기업간 외형 격차 심화 =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98년도 30대 대규모기업집단의 총자산은 435조3,180억원으로 전년도 348조3,640억원보다 24.9% 늘어났다.
이중 상위 5대 재벌의 자산규모는 273조900억원으로 30대 전체 자산총액의 62.8%를 차지했으며, 10대재벌로 확대할 경우 그 비중은 78%대로 높아진다. 말이 30대 기업집단이지 실상은 상위 10대 그룹이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대부분 독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대 삼성 등 양대 그룹의 경우 자산규모가 각각 60조원을 상회하는 반면 똑같이 30대 기업집단에 포함된 거평 강원산업 새한 등 군소재벌의 자산규모는 대부분 2조원선에 불과해 무려 27배 이상의 엄청난 외형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총액 순위로 30개사를 일방 선정한 후 동일한 재벌정책 대상으로 삼는데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화의 및 법정관리 신청 기업 속출 = 지난해 선정된 30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기아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한라 진로 뉴코아 등은 화의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밖에 동아 쌍용 고합 아남 신호 강원산업등은 일부 계열사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확정되는 등 사실상 그룹 외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대형 부실기업들이 속출함에 따라 경제력집중 완화와 문어발확장 방지라는 30대 기업집단 선정의 본래 취지가 점차 퇴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확장이나 경제력집중 능력을 이미 상실한 업체가 대거 대규모기업집단에 포함됨으로써 실제 규제를 받아야 할 대기업과 예외를 인정받아야 할 부실기업이 서로 구별되지 못한 채 혼동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공정위가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내년도 대규모기업집단 선정대상에 또다시 포함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같은 지적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행 공정거래법 17조에 법정관리신청 기업은 30대 기업집단 선정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반면 화의나 워크아웃 신청 기업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지적, 『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당연히 30대 기업 선정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워크아웃의 경우 법정관리와 달리 대표의 경영권이 그대로 유지되는만큼 대기업집단 선정대상에서 제외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결정은 결국 부도직전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이라도 자산규모만 크다면 대규모기업집단에 선정돼 지급보증제한등 무의미한 규제를 받게 되는 반면 30대 이하의 멀쩡한 중견기업은 오히려 선정대상에서 배제돼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되는 법률적 모순을 낳고 있다.
◇재벌범위 축소 주장 = 최낙균(崔樂均) 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23일 열린 21세기 산업정책방향 공청회에 참석, 『30대 기업집단중 절반 가량이 화의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으로 그룹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범위를 현실에 맞게 축소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崔실장은 특히 『출자총액 규제가 이미 페지됐고 채무보증제한도 2년후 완전페지되는 만큼 그때에 맞춰 지금부터라도 대기업범위를 축소하는 준비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광식(申光湜)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도 『경제력집중 억제는 시장의 힘에 따라 자율규제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인위적으로 경제력집중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가급적 적용대상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반응 = 30개 대기업집단 선정 및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축소방침에 일단 우려의 뜻을 밝히고 있다. 부당내부거래와 채무보증 관리를 보다 엄격히 적용해야 할 대상은 10대 이하의 중견그룹들인만큼 이들을 대기업집단에서 한꺼번에 배제시키는 것은 공정거래법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기자본 대비 채무보증비율을 살펴보면 10대 이하 기업들이 훨씬 더 열악한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현행 30대 기업집단 선정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기업집단 제도란 =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지난 86년말 도입된 재벌규제정책 가운데 하나다. 처음에는 자산총액 4,000억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나 해당업체가 너무 많아지자 지난 93년 관련법을 개정, 자산총액 기준 상위 1위부터 30위까지로 지정범위를 변경했다. 지정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계열사간 채무보증이 엄격히 제한되며 기업결합, 내부거래 등에 대해 별도의 사후 관리를 받게된다.【이종석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