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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 변화 버전 2.0] 공격적 M&A… 과감한 사업재편… '선택과 집중' 빠르고 독해졌다

배터리팩·모바일결제 등 '될성부른 떡잎' 잇따라 인수

신수종 사업도 미래 불투명 하면 곧바로 출구전략행

글로벌 IT업계 리더·주요국 정상들과 교류도 깊어져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앞으로 삼성의 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매출액 300조원, 임직원 50만여명에 이르는 거함 삼성이 몸집답지 않게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차전지나 모바일 솔루션 등 미래 먹거리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가진 업체는 과감하게 인수하고 과거에 신수종사업으로 삼았던 분야라도 비전이 불투명하면 곧장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긴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주요국 정부 지도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변화가 '버전1.0'이었다면 일련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자 새로운 성장의 힘을 찾기 위한 액션화 작업이 '버전2.0'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경향은 최근 6개월 새 더욱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변화의 중심에는 단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맡고 있는 이 부회장은 주요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과 계열사 매각, 그룹 구조조정 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한편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지역 리더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미래 사업의 방향을 찾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오찬자리에 삼성을 대표해 참석하는 등 공개석상에도 활발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이재용의 삼성'이 새롭게 시작됐음을 알리고 있다.

최근 삼성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역시 M&A다.

과거 삼성전자는 M&A에 소극적이었다. 2007년과 2009년에 각각 1곳을 인수하는 데 그쳤으며 2011년에는 헬스케어(건강관리) 사업 강화를 위해 메디슨과 넥서스 등 3곳을 합병했다. 2012년과 2013년은 각각 5곳, 4곳을 M&A 하며 이전보다는 개수가 많아졌지만 같은 시기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야후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신사업을 찾겠다며 매년 십수건의 기업을 인수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반도체와 TV, 스마트폰 등 세계 1위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25일 현재까지 10개월간 삼성전자의 M&A는 7건으로 급증했고 23일에는 삼성SDI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오스트리아의 배터리 팩 회사를 사는 등 삼성그룹 전반에서 활발한 M&A가 이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선 데는 현재 주력사업만 믿기에는 그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 부회장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3·4분기 스마트폰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급감하며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번졌다. M&A 대상이 된 기업들의 면면 역시 신사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이 큰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구글과 애플 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SDI의 배터리 팩 업체 인수는 삼성의 5대 신수종사업 가운데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2차전지 부문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 심프레스(프린팅솔루션)·프록시멀데이터(SSD)·프린터온(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스마트싱스(사물인터넷) 등 삼성전자에 인수된 기업들은 모두 새 먹거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부회장은 M&A를 통해 그룹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한편 '선택과 집중'에 벗어나는 사업 부문은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1월 단행된 한화그룹과의 빅딜이다. 삼성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을 2조원에 한화에 넘겼다. 화학 분야에서도 충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전자와 금융 등 삼성이 더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한화가 삼성에 빅딜을 제안하고 실제 계약이 이뤄지기까지 3개월 남짓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져 삼성이 과거에 비해 민첩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2010년 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으로 정한 발광다이오드(LED)·태양전지·2차전지·바이오제약·의료기기 가운데 고전하던 LED 조명과 태양전지 부문은 지난해 말 해외 LED 조명사업에서 철수하고 태양전지는 일부 연구만 진행하기로 하는 등 출구전략을 펼쳤다. 아울러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을 잇단 상장시키며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사업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광폭 행보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IT업계 리더와 국가 지도자, 고위 관료 등과 두루 친분을 쌓으며 삼성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4일에는 세계 최대 전자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 공동 창업자이자 벤처기업 투자 전문가 피터 틸과 만나 IT와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 등에 대해 논의 했으며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과 교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왕양 중국 부총리, 응우옌푸쫑 베트남 당 서기장 등 주요국 정상과의 만남도 빼놓지 않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이후 삼성의 변화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며 "최근 공개석상에서도 이 부회장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등 안정적인 후계 구도가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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