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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재판소의 작은 배려가 주는 큰 감동

서울 종로구 재동의 헌법재판소 정문 옆에 차양(파라솔)이 등장했다. 1인 시위자들이 비나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이다. 헌재는 고정식 차양시설 설치도 검토했지만 건축법 위반 등을 고려해 이동식 차양을 마련했다고 한다. 현명한 판단이다.

헌재의 작은 배려가 주는 감동은 감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성가시게 여길 수도 있는 정문 앞 1인 시위자를 배려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헌재가 제공한 두 개의 차양 밑에서 지난 7일에는 시각장애인 안마사과 성매매업 종사자가 각각 1인 시위를 벌였다. 사회적 통념과 윤리기준에 부합하기 어려운 성매매업 종사자마저 헌재의 차양 아래서 시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우리 사회가 훨씬 다양해지고 성숙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 같아 그렇다.

차양막 설치가 박한철 헌재 소장의 검토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대목도 예사롭지 않다. 철저하게 원칙을 중시하고 대표적 공안통 검사 출신으로 딱딱한 이미지를 가진 박 헌재 소장이 1인 시위자들을 배려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힘 있고 돈 많은 계층이 사회적배려대상자의 입학정원까지 가로채는 풍토에서 박 헌재 소장의 결정이 모범사례로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 바란다.



우리 주변에는 배려해야 할 대상이 무수히 많다. 노약자와 장애인, 다문화가정ㆍ탈북자ㆍ재외동포 등 개인은 물론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이 배려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도 배려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 배려문화의 확산은 인간관계의 신뢰를 낳고 나라를 살찌운다. 그 중심을 사회지도층이 맡아줘야 한다. 세종대왕과 초장왕은 신하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훈민정음 창제와 춘추오패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배려의 확산은 사회적 자본 확충으로 이어져 경제난국 극복을 앞당길 수 있다. 헌재가 보여준 작은 배려가 감동의 물결을 타고 큰 성과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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