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미래 수익모델을 놓고 양대 라이벌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간 전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모건스탠리는 자산관리·소액금융 등 방어투자로 돌아선 반면 골드만삭스는 과거의 고위험·고수익 투자전략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은 대조적인 투자철학을 가졌지만 올 1·4분기 월가 투자은행 가운데 나란히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이 때문에 누가 최종 승자가 되느냐에 따라 다른 대형은행들의 벤치마킹이 잇따르며 월가 투자문화도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모건스탠리는 올 1·4분기 순이익이 23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59%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을 웃도는 규모로 지난 2007년 2·4분기 이후 최대치다. 매출도 10.3% 늘어난 99억1,000만달러로 사상 두 번째를 기록했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년 전의 8.5%에서 10.1%로 뛰어올라 사상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나타냈다.
제임스 고든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2009년 3월 취임 이후 당시 경영위기를 초래했던 트레이딩 비중을 줄이는 대신 중산층 자산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1·4분기 자산관리 부문 매출은 6.2% 늘어난 38억3,000만달러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모건스탠리의 자산·투자 관리 부문 매출은 45억달러로 총매출이 비슷한 골드만삭스의 3배에 이른다.
눈에 띄는 것은 지난주 골드만삭스 역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1·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한 106억달러로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순익도 20억3,000만달러로 40%나 늘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금융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큰 트레이딩 부문이나 직접투자를 고수하고 있으며 자산관리는 법인이나 부유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WSJ는 이날 "두 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실적은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 합병이나 파산을 겪지 않은 월가의 대형은행들이다.
현재까지 시장은 모건스탠리의 변신을 더 후하게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 정도인 반면 골드만삭스는 10배에 머물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모건스탠리가 골드만삭스와의 차별화에 성공하기 시작하면서 투자가들이 미래 성장성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WSJ은 "모건스탠리 자산관리 부문의 세전 이익률은 22%에 달하는데 현실적으로 25% 이상으로 올라가기 힘들다"며 "다른 은행들의 가세로 자산관리 시장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골드만삭스는 ROE가 14.7%를 기록하는 등 수익성 면에서 아직 모건스탠리를 앞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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