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힘과 강자의 논리를 강요했던 부시 정부에 코드를 맞춰왔던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도 변화와 조정이 불가피해보인다. 오마바 정부는 북한 문제에 있어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 정책보다는 대화를 중시하는 다자주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기치로 내걸고 있다. 오바마 정권에 대해 ‘클린턴 3기’라는 별칭이 있듯이 미국의 대북정책은 ‘포괄적 접근’ 등 외교적 문제 해결을 우선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오바마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북한 지도자와 만날 용의가 있다”며 대북정책에서 압박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을 제시했었다. 이 같은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는 취임 이후 대북강경책을 고수해온 이명박(MB) 정부에도 상당한 과제가 되고 있다. 당장 이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기간인 오는 14일 오마바의 외교안보팀과 대북정책 등을 놓고 간담회를 갖기로 한 것도 이 같은 필요에서다. 전문가들은 MB 정부가 미국의 새 정권이 출범한 상황에서 남북 대화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북한과의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면 한미관계마저 삐걱거릴 수 있다고 충고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미국 오바마 정부와의 공조를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길들이기식’ 대북정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자칫 남북관계는 물론 한미관계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북한은 남북관계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하면 철저히 대미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MB 정부와의 대화는 외면할 공산이 크다.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내부에서는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전격적인 대북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의 경우 정권유지 목적을 위해서는 보수적인 MB 정부에 계속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많지만 경색된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는 큰 득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적절한 명분만 주어지면 대남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금강산 관광부터 재개하려는 행보를 적극 펴나가고 미국 새 집권세력과도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대북 인도 지원, 금강산 관광 등 비교적 북측의 거부감이 작은 사안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해나가고 10ㆍ4선언에 포함된 일부 경협사업 등으로 폭을 넓혀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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