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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MMDA 금리 '0%대'로 일제 인하… 투자처 목마른 자산가

4대銀, 1억 예치시 0%대 제공… 산업銀·외국계는 1%대 지속

예치금 크기 따라 금리 달라… "한 푼이라도 이자 더 받자"

고객·법인 갈아타기 한창

자산가 조경흠(가명)씨는 최근 1억여원의 여유자금을 시중은행 수시입출금(MMDA) 계좌에서 빼 증권 시장으로 옮겼다. MMDA는 언제든 돈을 빼 쓸 수 있는데다 1%대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 때문에 종종 이용해왔지만 이자가 0%대로 떨어진 후부터 MMDA의 매력이 반감됐기 때문이다. 조씨는 "딱히 투자할 만한 상품이 없을 때 주로 MMDA 상품을 통해 돈을 굴려왔지만 이제는 은행 보통예금 금리와도 별 차이가 없어 돈을 넣어둘 이유가 없다"며 "조금 더 발품을 팔아 단기 펀드 등에 투자하는 게 훨씬 수익이 높다"고 푸념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국내 4대 은행의 MMDA 상품 최고 금리가 최근 일주일 사이 0%대로 내려앉았다.

실제 이들 은행은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MMDA 상품 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 이달 MMDA 금리 인하 방아쇠는 하나은행이 가장 먼저 당겼다. 하나은행은 지난 18일 '하나수퍼 플러스' 상품의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개인이 1억원 이상을 하나은행 MMDA 상품에 맡길 경우 제공되는 금리는 1.1%에서 0.9%로 0.2%포인트 떨어졌다. 1억원 미만 5,000만원 이상을 맡기면 이전보다 0.1%포인트 떨어진 0.65%의 금리밖에 받지 못한다.

19일에는 신한은행이 MMDA 상품 금리를 낮췄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의 '수퍼저축예금' 상품은 1억원 이상을 맡기더라도 0.75%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전보다 금리가 0.25%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우리은행도 20일 금리 인하를 단행, '고단백MMDA'에 1억원 이상 예치시 제공되는 금리를 기존 1.1%에서 0.9%로 확 떨어뜨렸다. 국민은행은 이미 4월 'KB우대저축통장'의 최고금리를 1.1%에서 0.9%로 낮춰 4대 은행 모두 0%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1억원 이상을 MMDA 상품에 예치하면 1%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은 한국씨티은행, 한국SC은행과 같은 외국계 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MMDA를 자주 이용하는 자산가나 법인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MMDA는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시중은행 보통예금과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지만 예치금액 크기에 따라 금리를 달리 주기 때문에 자산가에게 인기가 높다. 현재 대부분 은행은 예치금액을 구간별로 나눠 이자를 차등 지급하며 1억원 이상을 예치하면 가장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자산가들은 금리가 0%대로 떨어진 현재도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기 위해 상품 갈아타기를 하며 돈을 굴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4대 은행의 MMDA 잔액(기업 고객 포함) 변화 추이만 봐도 알 수 있다.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MMDA 금리를 제공하는 신한은행은 관련 잔액이 1월 10조4,918억원에서 지난달 9조4,39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비교적 고금리를 제공하는 하나은행의 MMDA 상품 잔액은 1월 16조2,362억원에서 지난달 20조1,072억원으로 무려 4조원 가까이 늘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사정도 비슷하다. 4월 MMDA 상품 금리를 0.2%포인트 떨어뜨린 국민은행은 지난달 MMDA 잔액이 12조5,747억원을 기록, 한 달 만에 9,461억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이에 반해 최근까지 1.1%의 금리를 제공했던 우리은행은 MMDA 잔액이 4월 23조4,999억원에서 지난달 24조9,239억원으로 크게 늘며 한 달 동안 갈 곳 잃은 자금을 1조5,000억원가량 끌어모았다.

시중은행의 한 수신 담당자는 "정기예금이나 적금과 달리 MMDA는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를 제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같이 메뚜기처럼 돈을 굴리는 게 유리하다"며 "1997년 MMDA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금리가 10%대에 달한데다 당시 금융당국이 MMDA 금리 상승이 대출 이자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할 정도로 고금리 경쟁을 벌였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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