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용산개발사업 해결하려면


지난 2005년 서울 서부이촌동에서 완공된 103가구의 동원아파트. 불과 2년여가 지난 2007년 8월17일 아파트 주민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지은 지 2년밖에 안된 새 아파트를 허물어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겠다고 서울시가 발표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민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자금 투자한 서울시에도 사태 책임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원아파트를 포함한 서부이촌동 2,200여가구의 이해관계자가 개발사업의 한 축으로 등장하면서 용산개발사업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개발 대상 토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토지 소유주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업이 더딘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실제로 용산 개발이 그토록 닮고 싶어 했던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 개발은 그 과정에서 400여가구의 토지 매수와 동의를 얻는 데만 무려 14년의 세월이 걸렸다. 서부이촌동은 강제 수용에 필요한 법적 동의율(50%)을 얻는 데 불과 1년여의 시간이 걸렸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허위ㆍ과장 광고가 판을 쳤는지 주민들은 잘 알고 있다.

1970년대 이후 거대 도시 개발사업을 진행해온 선진국의 경우 인근 주민의 토지 사용 동의와 매수를 담당하는 주체는 민간 개발업자가 아닌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시 정부이다. 개발사업이 궁극적으로는 도시 가치를 상승을 불러오기 때문에 시 정부가 토지주의 동의를 받아 디벨로퍼가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것을 디벨로퍼에게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용산 역세권 개발을 되짚어보자. 당시 서울시는 주민들에겐 재산권 행사 제약이라는, 디벨로퍼에게는 토지 이용 동의를 받아야 하는 짐을 각각 지워줬다. 즉 오세훈 전 시장의 서울시가 용산개발사업의 결정적 패착을 뒀다는 말이다.

박원순 현 시장의 서울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전임 시장의 패착이지만 그것을 풀어야 할 책임은 현 시장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시는 SH공사를 통해 용산개발사업에 490억원을 투자한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혈세 490억원을 쏟아부은 사업임에도 민간 개발이기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직무유기다.



해법은 간단하다. 서울시가 용산개발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가까운 중국도 이런 방식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한다. 중국 도시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상하이의 신톈디가 바로 좋은 사례다. 1997년 상하이 루완구는 구 정부와 연관된 건설업체를 통해 신톈디 개발에 5% 정도의 돈을 투자했다. 그를 토대로 민간 디벨로퍼인 쉬온그룹이 제대로 개발을 하는지 철저히 감시ㆍ감독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신톈디다. 상하이의 일개 구가 했던 방식을 서울시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용산 실패의 원죄를 지고 있는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라도 용산 개발을 관리ㆍ감독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과 같이 서울시 부지를 공짜로 양도하는 이벤트성 도움이 돼서는 안 된다. 드림허브에 경영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때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다. 또 그 도움으로 어떤 이익이 시민에게 돌아올지를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한다.

관리ㆍ감독할 재개발청 설립 필요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용산재개발청'이다. 물론 개발의 주체는 민간 디벨로퍼다. 용산재개발청의 역할은 개발 인허가권과 도시계획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민간 디벨로퍼를 컨트롤하되 사업의 공공성을 극대화하는 대신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또 단순히 용산 역세권 개발이 끝나면 그 소임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개발이 마무리된 후에도 용산 지역의 미래를 가꿔나가는 영속적인 기구여야 할 것이다.

인구 3만여명의 미국 소도시에도 이런 재개발청이 있다.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서울에 없다는 것이 어쩌면 부끄러운 현실일 수도 있다. 관계 법령상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지금이 바로 행동으로 옮길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