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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자본주의, 고쳐서 계속 써야 한다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여러 번 위기를 맞았지만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최대의 위기는 2차 대전 이후에 소련과 중국을 양대 종주국으로 삼아 지구의 절반 이상이 사회주의로 물들었던 때에 찾아왔다. 하지만 소련이 체제모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제풀에 무너지고 중국이 시장경제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자본주의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물론 이 시기에 구미 선진자본주의국가들이 공산권이 무너지기를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고 체제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유럽은 복지국가를 건설하고 미국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후반의 독일, 20세기 초의 미국이 각각 심각한 체제위기를 겪었다. 산업혁명의 후발주자로서 승승장구하던 독일에서 보통선거제도가 도입되면서 정권이 사회주의정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자 우파정권의 수상이던 비스마르크는 세계 최초로 사회보장을 도입하는 등 좌파노선으로 불만에 가득 찬 노동자들을 무마시켰다.

지난 1929년에 대공황이 발생해 실업률이 25%까지 치솟게 되자,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 대통령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노조를 보호하고 시장에 대한 정부간섭을 늘리는 좌파노선으로 자본주의를 지켜냈다. 루스벨트를 사회주의자라고 매도하던 극우파들은 오히려 루스벨트에게 감사를 표시했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우파노선의 구원투수 예를 들자면 마거릿 대처 수상이 있다. 노동당의 장기집권으로 중증 복지병에 걸려서 비틀거리던 영국 경제를 치유하기 위해 철의 여인은 자유시장경제의 원형에 충실한 개혁을 단행, 자본주의의 원조국가로서의 정통성을 복원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보수우파인 박정희 대통령이 건강보험, 산업재해보험, 공무원과 사립교원연금을 도입한 것은 북한의 체제위협으로부터 자본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것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경제는 남한에 필적할 만한 수준이었고 남한의 좌파 중에는 "북한 독재는 평등을 주지만 남한 독재는 빈부격차를 안겨 준다"고 하면서 북한을 찬양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 자본주의의 최대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찾아왔다. 좌파지도자로 알려졌던 김대중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시장친화적인 자유화 정책과 사회보장의 강화라는 좌우파 합작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그때 만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간섭과 JP와의 연합이 없었다면 김대중 정부는 재벌 해체 등 급진적인 해법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자본주의는 다시 위기에 처해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뒤이은 유로 지역 재정위기는 그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실업자를 양산해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들의 믿음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효율과 경쟁을 앞세운 글로벌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세계화와 모바일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는 정보기술(IT)기술은 오늘의 세상이 어제의 세상과 달라질 정도로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이 와중에서 변화를 이용하는 소수는 더욱 부유해지고 나머지 다수는 절대적, 상대적으로 가난해진다. 젊은이들은 일자리 때문에 분노하고 늙은이들은 노후대책에 불안하고 중년들은 퇴직 이후의 걱정 때문에 막연해 한다.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주범이 지나친 시장자유주의라면 그 해법은 당연히 시장자유를 축소하고 규율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 우파 시장주의자들이 이를 거부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자본주의가 그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는 더욱 심각한 위기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행하게 된다.

국내 일부 대기업들이 빵과 커피 등 사업으로부터 철수한다고 한다. 만시지탄이다. 이왕 할거면 더 빨리 그리고 스스로 했어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삐걱거리는 한국의 자본주의를 수리하는 일차적 책임은 바로 이들이 져야 한다. 이 같은 일차적 책임을 미루면 관료와 정치인들이 나서게 되는데 그러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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