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가 굳어지는데다 저축은행 사태로 투자 또는 예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은행이 새삼 주목받는 양상이다. 22일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14일 일주일간 은행권 실세총예금(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이 무려 6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설 연휴에 따른 '명절 비용'이 연휴 직후 고스란히 은행권으로 들어온 것이다. 명절 때 인출됐던 자금이 명절 후 다시 유입되는 시기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예금액 규모가 상당히 크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사태로 안전자산 선호 추세가 강화되면서 은행권 예금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룡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설 연휴 직후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금리인상이 예상돼 은행예금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저축은행 문제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한동안은 예금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권의 개인 정기예금 수신액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신한ㆍ우리ㆍ기업은행의 경우 최근 4주간 개인 정기예금 잔액추이가 꾸준히 증가했다. 4개 은행의 개인 정기계금 잔액추이는 지난 1월31일 56조8,627억원, 2월7일 57조231억원, 2월14일 57조1,651억원, 2월21일 57조3,854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저축은행 문제로 인한 급격한 자금유입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문제가 장기화하면 은행권 수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증가세가 반갑지만은 않다.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탓에 은행 역시 이렇다 할 투자처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외국인들이 채권 및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채권 수익률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신규대출이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로 꼽힌다. 게다가 최근 신한ㆍ우리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되면서 본격적인 '영업대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올 상반기 치열한 대출경쟁이 예상된다. 실제 최근 한 대형 시중은행 지주사는 전국 영업점에 연간 실적목표를 상반기에 모두 달성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경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치열한 경쟁에 대비해 상품 개발 및 영업전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채권과 대출 등 기존 수익처 외의 새로운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각 사별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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