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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안돼
입력2003-09-19 00:00:00
수정
2003.09.19 00:00:00
참여정부는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대규모기업집단 소속의 금융업 및 보험업 영위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 계열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전면 금지하거나 현재보다 더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대규모기업집단 소속의 금융계열사가 보유하는 자기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는 엄격히 제한돼왔으나 지난 92년 공정거래법 3차 개정과 2002년 공정거래법 10차 개정을 통해 완화됐다. 현재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로서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에 대해 임원의 선임 또는 해임, 정관 변경, 계열회사의 다른 회사로의 합병, 영업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다른 회사로의 양도 등에 관련된 주주총회의 결의에 대해 다른 계열사와 합해 30%까지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 등에서 이러한 완화조치로 인해 상장 및 등록돼 있는 재벌계 기업의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을 묻기가 어려워지고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금융 및 보험사의 경영자는 고객의 이익 보호보다는 소속 기업집단에 대한 지원을 선호하므로 이해상충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계열사의 자기 계열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전면 금지하거나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올 봄 경영학회 특별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은 전면 폐지하거나 불가하다면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첫째, 금융계열사 경영자가 고객의 이익보다 소속된 기업집단의 이익에 먼저 충실할 것이라는 이해상충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데 그러한 개연성만 가지고 의결권의 행사를 원천적으로 금지시키거나 심히 제한하는 것은 과잉조치라는 점이다. 나아가 고객자산의 보호를 위해 투신이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의 행사를 강화하는 마당에 금융계열사에 대해서는 이를 제한하는 것은 일관성과 형평성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계열사의 이해상충 문제는 사외이사제도의 활성화 등 독립적 기업지배구조의 정착, 의결권 행사 및 회계정보의 투명한 공개,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감독 등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계열사 부당지원 등 명백한 불법행위가 발생한다면 법적 처벌 또는 소송의 대상이 되고 그러한 금융계열사는 시장에서 고객이 외면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다.
둘째,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를 허용함으로써 재벌계 기업의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지만 이를 금지하거나 지금보다 더욱 제한함으로써 우량 재벌계 기업의 경영권이 외국인에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과, 그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들여야 할 천문학적인 경영권 방어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 현재 국내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돼 외국인의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지분이 50% 내외를 점하는 상황에서 동조치는 기업집단의 방어능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의 7%를 가지고 있는 삼성생명의 의결권 행사를 전면 금지하면 삼성전자의 제1대 주주는 외국인이 돼 회사의 경영권이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이미 금융계열사의 소속 기업집단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마당에 의결권마저 금지하거나 지금보다 더욱 제한하려는 것은 과도한 중복 규제다.
현재 문제가 되는 보험회사의 경우에는 자기 계열집단이 발행한 채권 및 주식의 소유와 이를 담보로 하는 대출에 대해서는 총자산의 3% 이내, 투자신탁 및 투자신탁운용회사의 경우에는 각 신탁재산의 10% 이내에서만 자기 계열사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이에 더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의 행사마저 금지시키거나 지금보다 더 제한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끝으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된다는 사실이다. 주식의 의결권은 주주의 위험부담을 의사결정 참여를 통해 보상하기 위해 증권의 설계과정에서 고안된 장치이며 법적으로는 상법에서 보장하는 재산권의 일부인데 정부가 만일 정당한 보상도 없이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임의로 제한한다면 위헌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헌법상 필요한 경우에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따른 `필요한 경우`로 보기 어렵고 상법상 개별 의안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서 특별 이해관계자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박상수(경희대학교 국제경영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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