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허의 흑61이 냉정침착한 응수였다. 백이 62에 몰면 흑 2점이 떨어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태연히 흑61로 좌변을 지킨 이 배짱. "역시 시에허는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입니다."(윤현석) 백78은 79의 자리에 따내는 정수였다. 그러나 여기 와서는 어떻게 두어도 흑승은 변함이 없다. 실전은 흑79의 연결이 선수가 되고 말았다. 백이 참고도1의 백1에 넣고 싶지만 흑2로 끊기면 대형 사고가 일어난다. 백3 이하 7로 저항해도 흑8이면 백이 모조리 잡힌다. 흑95를 보고 이세돌이 돌을 던졌다. "이 바둑은 서반 40수 언저리에서 결판이 났어요. 묘수라고 둔 수가 패착입니다."(윤현석)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8이 서반의 실전 수순이다. 백1의 치중은 분명히 묘수였다. 잡혀있던 우상귀의 백돌들이 흑돌 몇점을 잡으면서 부활하게 되었으니 정말 짜릿짜릿한 묘수가 분명하다. 그러나 1선은 원래 패망선이다. 실제로 백이 얻어낸 실리는 10여집에 불과했다. 흑은 어마어마한 세력을 얻어 단숨에 우위를 확립했고 그것을 최후의 순간까지 유지했다. 묘수의 허망함이여. 묘수가 눈에 들어오면 모름지기 주의할 일이다. 묘수를 두고서 바둑을 그르친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린하이펑이나 이창호는 묘수가 눈에 들어와도 여간해서는 결행하지 않는다. 이세돌은 그것을 뼈에 새겨야 할 것이다.(77은 76의 아래) 195수끝 흑불계승.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