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재정부 1차관은 8일 "금통위 열석발언권을 정례적으로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1일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열석발언권이란 재정부 차관이나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통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리로 재정부 장관의 재의 요구권과 함께 정부가 한은에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한은 입장에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추 차관은 '정례적'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한은과 시장에서는 재정부가 사실상 열석발언권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리결정이 민감한 시기에 열석발언권을 다시 꺼내 들어 행사하려다 오히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공격 받기 쉽기 때문이다.
열석발언권은 1998년 한은법 전면 개정 이후 상견례 성격으로 드문드문 행사되다 글로벌 위기가 불거진 2010년 1월 정례 참가로 전환됐다. 김 총재는 그해 6월 금통위부터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원에 앞서 발언을 마치고 퇴실, 금통위원의 금리결정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운영 방식을 개선했다. 재정부가 열석발언권을 포기하는 대신 김 총재가 금리인하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빅딜'이 완성된 셈이다.
이날 김 총재는 한 국제세미나에 참석, 통화정책에서 정책공조와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김 총재는 "정책 간 조화로운 운용을 통해 금융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여러 정책 당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원만히 수행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글로벌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그간 통화정책을 수행해오면서 거시ㆍ금융데이터를 가공ㆍ분석해 경기 상황 및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전문성을 축적했다"며 "위기 이후 미국ㆍ유럽ㆍ영국 등에서도 중앙은행이 금융안정정책기구 내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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