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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자율성·교사 자질·정책 일관성이 교육강국 원동력

[경제 百年大計 교육에서 찾는다] 2부. 선진교육 현장을 가다 <3> 공교육의 메카 핀란드<br>잘하는 학생·뒤지는 학생 한그룹서 간단한 사칙연산도 토론하며 수업<br>교사들엔 석사·박사 학위까지 장려 연구·훈련·자기개발로 전문성 갖춰

핀란드 학교에서는 학생들끼리 소규모 그룹을 형성해 토론하는 방식의 수업을 장려한다. 교실은 물론 교실 옆 화장실, 교실 밖 운동장에서도 자율적으로 그룹 스터디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토론과 협력은 일상화된다.

사카린마엔 종합학교의 6학년 생물시간에 특정 식물에 대한 사진과 정보를 직접 찾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드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만든 자료를 시험문제 출제자료로 활용한다. /송주희기자

정당별 역할 분담 수십년 협력체제
정권 바뀌어도 교육정책 틀은 유지
"이번 시간에는 그룹 스터디로 수학을 공부하겠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함께 이끌고 가는 것입니다." 지난 8월 말, 핀란드 헬싱키의 동쪽 외곽에 위치한 사까린마엔 종합학교. 6학년 A반 담당 교사인 수비 테라바이넨 선생이 수학 수업을 위해 모인 학생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빅토리, 너는 누구와 자리를 바꿔서 그룹 스터디를 하고 싶니?"라는 수비의 질문에 해당 학생은 다른 그룹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알렉시아를 가리켰고, 이 같은 방식으로 4~5개 그룹이 만들어졌다. 수학 수업 조차도 잘 하는 아이들과 뒤떨어지는 아이들이 그룹별 협동과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가는 현장이다. 이 작은 교실의 수업 장면은 곧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1위'에 빛나는 핀란드 교육의 '힘'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룹이 만들어진 뒤부터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성에 의해 수업이 돌아간다. 각 조 학생들은 교실 책상 한 구석, 빈 강의실, 심지어 화장실로 이동해 같은 그룹 친구들과 문제를 풀어나간다. 사측연산으로 2, 3분 만에 풀 수 있는 문제도 20여분 간 토론을 통해 풀이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넌 괄호 안의 숫자를 모두 더하기만 했지만, 난 이 숫자들을 더한 뒤에 2를 곱해야 한다고 생각해."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다른 친구의 해석 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비판적 사고가 길러진다. 수비는 "학급 전체를 끌고 가야 할 책임은 교사인 나에게 있지만, 학생들이 이런 그룹 스터디를 통해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면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수학 시간 다음 이어진 생물시간에도 '스스로 하는 공부'는 계속됐다. 학생들은 특정 식물의 사진을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 그 생물을 소개하는 파워포인트를 만들었는데, 이 PPT는 나중에 생물 과목 시험 자료가 된다. 이 학급의 학생인 이리스(11ㆍ여)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우리가 직접 자료를 만드는 수업을 한다"며 "이런 식의 수업이 재미있고 그래서 더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자율성을 자극하며 동기부여를 해 주는 수업은 수비의 교실은 물론, 이 학교 전체, 더 나아가 핀란드 교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아이들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수업이 산만해 지지 않도록, 효율적인 토론 수업을 조율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교사의 자기 개발과 연구가 핀란드에서는 중요한 의무다. 매년 핀란드 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근무 시간 외에 3일을 현직교사훈련에 참여하도록 돼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교사의 전문성 개발을 위해 박사 과정 진학을 장려하고 있다. 사까린마엔 종합학교 카이사 알란네 교장은 "교사들 스스로 학습하려는 의지가 커서 의무 교육 외에도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당수 교사들이 저녁이면 헬싱키 대학에 가서 교육학 박사학위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에서 정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학 석사학위를 기본으로 하고 교사양성과정(대학) 입학단계에서도 가장 우수한 젊은이들만 선발된다. 핀란드의 교육학 석사 과정은 240학점을 수료해야 하는데, 커리큘럼에서의 1학점은 25시간 정도의 학생 수업이 필요하며 최소 4~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 같이 엄격한 교사 양성 과정은 핀란드 교사 양성 체계가 이른바 '연구 중심 교사 교육(research-based teaching)'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리나 크록포스 헬싱키대 교육학과 교수 겸 부학장의 설명이다. 그는 "연구 중심 교사 교육은 연구자를 배출하고자 함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를 학문적으로 완성하고 자신의 학생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사고를 분석하기 위한 기술 및 지식을 학생교사들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라며 "교사 스스로 자신의 연구 내용을 학생들을 가르치는 과정에 적용하고 수업을 통해 자신만의 실용적인 이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우니 발리에르비 핀란드교육연구원장 역시 최근 한국을 방문해 "핀란드가 세계적인 교육강국으로 떠오른 이유는 바로 우수한 교사에 있다"며 "핀란드에서 교사는 자신의 결정이 맞다는 사실을 학부모나 교장, 동료들에게 입증할 수 있을 만큼의 폭넓은 지식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크고 자연스레 공교육에 대한 전적인 신뢰감 역시 높다. '강도 높은 교사 선발→교사들의 자발적 연구→공교육에 대한 신뢰'라는 사이클이 원활하게 굴러가며 세계 교육 선진국 핀란드를 만드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선순환은 정치 권력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십년 이어온 '정책의 일관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지난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교육개혁이 진행된 이래 이념이 다른 정권이 들어서도 기존 교육 정책의 틀을 유지하기로 대성적인 합의를 하며 개혁을 이어갔다. 특히 사회민주당과 중도당이 각각 역할을 분담, 사민당에서는 교육정책 기초 작업을, 중도당 출신 장관은 직업교육 관련 정책을 맡아 긴밀한 협력 체제를 이어갔다. 대승적인 정치권의 협력 속에서 20여년 간 핀란드 교육개혁을 주도했던 에르끼 아호 전 국가교육청장은 "협력과 토론 속에서 양쪽 당 모두가 지지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했기에 실현 가능한 해결책과 정책만이 부각됐고, 이 같은 협력 체제는 핀란드 교육정책이 일관성을 갖게 된 핵심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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