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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승부수

권오현 부회장에 전자 이어 디스플레이도 맡겨<br>대표이사 겸직 파격 인사… 그룹 매출 절반이상 총괄<br>이회장 두터운 신임 반영… 일부선 "과도체제" 평가도

삼성그룹의 이건희(왼쪽) 회장이 지난해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서 권오현 부회장으로부터 사업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경제DB

삼성그룹의 오너인 이건희 회장이 그룹 매출의 절반이 넘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지휘봉을 권오현(사진) 부회장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2일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주총회를 열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S-LCD, 옛 삼성전자 LCD 사업부가 통합돼 설립되는 매출(지난해 기준) 29조원 규모의 회사다. 권 부회장은 결국 매출(지난해 및 연결 기준) 165조원의 삼성전자(S-LCD, LCD 사업부 포함)와 매출 29조원의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를 맡아 매출 184조원의 회사를 총괄하게 된다.

삼성그룹이 이처럼 특정 전문경영인 한 사람에게 권한을 집중시킨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권 부회장에 대한 강한 신뢰가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진 배경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권 부회장이 시스템LSI사업부의 성장을 이끈 것처럼 액정표시장치(LCD)와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ㆍ아몰레드)사업을 세계 최고로 육성하라는 뜻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출범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및 중소형 LCD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아몰레드는 세계 시장 점유율 97%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의 권 부회장에 대한 신임은 지난 4월 권 부회장과 점심을 함께 하며 시스템LSI 사업부의 성장을 이끈 것에 대해 권 부회장을 격려하면서 안팎으로 공인됐다. 오찬 이후 최지성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전략실장으로 옮기고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부품과 세트를 총괄하는 단독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를 총괄하는 것은 올해 말 정기 인사를 앞둔 일종의 '과도체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최 부회장이 급작스레 그룹의 미래전략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총괄하고 삼성디스플레이까지 지휘하게 됐지만 연말 인사에서 다시 부품 분야만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등 부품 사업 부문이 해외 세트 업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내의 세트 부문과 방화벽을 쌓을 필요가 있다"며 "특히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 DS총괄을 담당할 때도 이미 SMD로부터 보고를 받는 등 현안을 챙겨온 만큼 과도기적인 체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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