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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어버이날에 생각해보는 진짜 행복

맹준호 산업부 차장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 참교육연구소가 낸 설문조사 결과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전국 초등학교 5~6학년 어린이 1,95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의 52.5%는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 30분 이하라고 답했고 60.6%는 방과 후 2시간 이상 학원에 있는다고 했다.

평일에 아침을 거르거나 어른 없이 먹는 아이는 10명 중 5명이다. 형제자매끼리 먹는다 21%, 부모가 차려놓은 것을 혼자 먹는다 14%, 알아서 차려 먹는다 3%에 아예 안 먹는 아이는 11%나 됐다. 밥상머리 교육을 그렇게 중시하던 한국 사회가 언제 이렇게 됐나 싶지만 스스로의 삶을 한번 되돌아보자. 아침에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것은 TV 드라마 속 회장 댁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된 지 오래다.

이번 설문 결과 중 가장 마음 아픈 대목은 주관식 대답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로 "공부해라" "숙제했니" "책 읽어라" "휴대폰 그만" "그만 먹어, 살 빼" 등을 꼽았고 '부모에게 듣고 싶은 말'은 "사랑해" "잘했어" "학원 다니지 마라" "놀아라" 등이라고 답했다. 선생님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의자에 앉아" "왜 그러냐고" 등이고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잘했어" "열심히 하네" 등이었다.

한때 무상급식이 정치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아이들 스스로 가난한 집 아들딸이라고 밝혀야 하는 당혹스러움을 없애주기 위해 그런 것 따지지 말고 급식을 하자는 주장이 사회 일각에서 나왔다. 그랬더니 한국 사회의 이른바 주류라고 하는 어른들은 "왜 재벌 집 자식과 손주에게까지 공짜 밥을 먹여야 하느냐"며 이를 정치쟁점화했다. 하지만 말은 바로 해야 한다. 공짜가 아니라 어른들 세금으로 아이들 급식비를 대자는 것이고 재벌 집 자손들 밥 먹이자는 게 아니라 어려운 집 아이들이 점심 한 끼 먹을 때 부끄럽지 않게 해주자는 게 진실이다.

고교입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주류라는 어른들이었다. 그 뜻이 가로막히자 외고·과학고·자사고 등 엘리트 교육기관을 대거 만들어 지금은 사실상 고교입시가 부활한 거나 마찬가지가 됐다.



세월호 참사는 어디서 뚝 떨어진 사고가 아니다. 경쟁과 효율이 제일이고 이윤동기에서 비롯되지 않은 행동은 대부분 실패로 끝날 바보짓이며 공동체의 규칙과 규제를 알아서 피해가는 사람이 출세한다는 이 사회의 가치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 살기가 계속 힘들어지는데도 이를 고치려고 하지 않은 어른들이 이번 사고와 같은 사고를 부른 것이다.

세상에 물질보다 소중한 게 얼마나 많은가. 아이들의 웃음소리, 엄마가 만들어준 따뜻한 음식, 부모의 건강, 취미활동와 운동, 친구와의 우정. 언제쯤 아이들에게 진짜 행복은 명문대와 입신양명, 돈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어버이날이다. 올해 어버이날만은 어른들이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맹준호 산업부 차장 nex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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