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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듣고 싶은 노래가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죠

가수 거미 첫 리메이크 앨범 '폴 인 메모리' 발매

90년대 열풍 댄스음악에만 집중

'너를 사랑해' '로미오&줄리엣' 등 주변에서 듣고 싶어하는 곡 선정

원곡 분위기 표현해내려 공들여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노래를 부른다는 식으로 음악성을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은 가수라면 누구나 갖는 욕심이죠. 하지만 저는 대중들이 공감해줄 때 비로소 제가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편하게 듣고 싶어 하는 노래야말로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인 것 같습니다."

첫 리메이크 앨범 '폴 인 메모리'를 낸 가수 거미(34·사진)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17일 발매된 이번 앨범에는 친구이기도 한 가수 박효신의 데뷔 곡 '해줄 수 없는 일',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 신승훈의 '로미오&줄리엣', 녹색지대의 '준비 없는 이별' 등 1990년대 남자 가수들의 발라드 총 6곡이 수록됐다.

"최근 1990년대 열풍이 불기는 하는데 매번 댄스 음악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는 게 아쉽더라고요. 다양한 장르의 곡이 얼마나 많았는데…. 그중 내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을 다시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이번 앨범은 특히 선곡부터 편곡·창법까지 철저하게 대중적인 노선을 취했다고 한다. 거미는 "곡을 고르기 위해 주변에 '듣고 싶은 노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각자 좋아하는 노래들을 불러달라며 매일매일 문자가 오더라"며 "그중 가장 표가 많은 곡들을 골랐다"고 했다. 분위기도 원곡과 같거나 비슷한 느낌을 유지했고 속도 변화 등도 거의 주지 않았다. 그는 "1·2집 때의 발라드를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느낌을 다시 보여주고 싶었다"며 "변화보다는 노래 자체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데뷔한 거미는 어느덧 데뷔 13년 차를 맞았다. 대중 노출은 잦지 않아도 끊임없이 음악을 해왔다는 것이 자부심이지만 슬럼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음악 소비 자체가 너무 빨라졌잖아요. 자식 낳는 것처럼 만들었던 작품들이 불과 며칠 만에 대중의 관심에서 잊힌다는 게 너무 아쉽고 슬퍼 '내가 음악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했죠. 하지만 가요계 상황이 바뀐 것뿐이지 내가 달라진 것도 없고 노래가 없어질 것도 아니잖아요. 언젠가는 예전처럼 음악이 다시 존중받는 시대가 오리라 믿으며 제 자리를 지켜야죠."

끝으로 사랑(?)과 음악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재 배우 조정석과 공개 열애 중이다. "음악의 대상이 생기는 거잖아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게 된다면 정말 슬프지 않을까, 같은 생각에 더 감정 몰입하는 거죠. 사랑을 하면 노래가 더 잘되는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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