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은 가끔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한다. 그런 때는 멋쩍은 듯 부끄러워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연상의 여류 기사들은 아주 귀엽다고 말한다. 박정환이 등장하기 이전에 기단의 막내로 오랫동안 귀여움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젠 귀여움 받는 것을 즐길 나이는 지났다. 또한 아마추어 같은 실수를 범할 나이도 지났다. 그는 좀더 프로다워져야 될 것이다. 흑61은 정말 아마추어 같은 실수였다. 당장 잡히는 것이 싫어서 엉겹결에 단수를 피한 것이었지만 백62가 놓이고 나니 하변쪽 흑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서둘러 흑63 이하 67로 보강을 했지만 백이 68, 70으로 흑 2점을 잡아버리자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역시 흑61이 문제였다. 이 수로는 참고도1의 흑1에 받는 것이 정수였다. 백이 2로 응수하면 그때 흑3으로 젖혀가야 했다. 실전보처럼 둘 바에는 차라리 손을 빼어 참고도2의 흑1로 젖히는 것이 나았다. 백2로 잡으면 흑은 3으로 점잖게 뻗어둔다. 이것이라면 장차 A로 붙여 안형을 만들 여지도 남고 하여 실전보다는 훨씬 편했을 것이다. "김지석은 박정환을 극복하지 못하면 프로기사로서 앞길이 어둡습니다."(윤현석9단) 프로에게 어느 특정한 상대가 꺼려진다면 그것은 그냥 지나칠 문제가 아니다. 거북한 상대가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김지석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는지 주목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