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입주 2년차를 맞은 서울 반포동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는 중소형 주택의 전세 가격이 지난 2년간 무려 4억원 가깝게 올랐다. 지난 2009년 7월 85㎡(이하 전용면적 기준)가 최저 4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12월에는 8억 5,000만원에까지 거래가 이뤄졌고 현재도 8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바로 인근의 '반포 푸르지오' 아파트는 85㎡의 전세 시세가 4억2,000만~4억5,000만원 수준이다. 이 아파트도 2000년대 입주했으며 지난 2년간 전세가격이 상승하기는 했지만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계속되는 서울 전세난을 입주 2년차 단지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2~3년 전 입주를 시작한 서울의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들은 서울 '부(富)의 지도'를 바꿔놓는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잡으며 전세 시장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6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전체 아파트의 지난 2년간 누적 전세가 변동률은 26.4%다. 그러나 입주 2년차를 맞는 대단지 아파트들의 지난 2년간 전세가격 변동률은 대부분 이를 크게 웃돈다. 래미안 서초 스위트 85㎡는 2년 전 전세가격이 2억8,000만원에서 올해 5억1,000만원까지 올라 전세가 변동률이 82%에 달한다. 이밖에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가 74%, 강동구 강일리버파크 2단지가 68%이며 강북권의 성북 석관 래미안도 상승률이 41% 수준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싼 전셋집을 찾으려면 입주 2년차 단지를 찾으라'는 부동산 시장의 통설은 이미 옛말이 돼버렸다. 입주 2년차 단지에서는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존 세입자들까지 더 싼 전세를 찾아나서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잠실동 리센츠, 잠실엘스, 파크리오 등 송파구에서만 2만여가구가 입주 2년차를 맞으면서 전세가격은 40~50%나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입주 2년차 전세가격이 이처럼 크게 오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문제도 있지만 강남권 거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은데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서울 신규 대단지 랜드마크를 선호하는 점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잠실 지역의 경우 최초 입주 당시 역전세난으로 너무 떨어졌던 전세 가격이 2년 후에 현실화한 측면이 있었지만 서초나 반포의 경우 랜드마크 단지로의 쏠림 현상과 일부 강남권 거주자들의 과도한 충성도가 전세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입주 2년차 랜드마크 단지들의 가격 상승이 전체 전세가격 평균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집주인들의 전셋값 호가 높이기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함 실장은 "랜드마크 입주 2년차를 맞을 때마다 해당 지역의 매매가와 전세가 시가 총액이 크게 오르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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