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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DJ 11개월만에 회동

정상회담 성과 서로 칭송, 국내 정치현안엔 말 아껴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에 큰 업적을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척한 길을 이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등 범여권의 최종 경선을 앞두고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이 9일 11개월 만에 다시 얼굴을 맞댔다. 범여권에서는 그동안 두 사람이 손을 맞잡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해석해왔다. 이른바 ‘서부벨트(호남ㆍ충청ㆍ수도권)+개혁세력’은 곧 필승 카드라는 셈법을 가정한 것이다. 회동의 주된 주제는 ‘2007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오간 대화가 없었다”면서 철저히 입을 닫았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 성과를 놓고 화려한 ‘말의 성찬’을 주고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 넘어간 것에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평화와 경제협력 차원에서 발상을 전환해 접근했다”는 노 대통령의 설명에 김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는 절묘하고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추켜세웠다. 김 전 대통령은 오찬 말미에 “1차 때 뿌린 씨앗이 크게 성장했다. 더 좋은 열매를 맺기를 기대한다. 노 대통령이 재임 중 큰 업적을 남겼다”고 칭송했고 노 대통령도 “김 전 대통령이 길을 열어줘 이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했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과의 대화를 돌이키면서 “초기에 자주ㆍ민족공조ㆍ외세배격을 강조해 난감했지만 나중에 잘 풀릴 수 있었다”고 전하자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당시 나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김 전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했다. 김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 도착할 때 이례적으로 노 대통령이 직접 본관 입구 바깥까지 나가서 승용차에서 내리는 김 전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다. 하지만 대선 구도와 관련해서도 화기애애함을 이어갔을지는 의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노 대통령 이상으로 민주세력의 정권 연장을 바라고 있다. 친노인 이해찬 후보 진영에 판을 깨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구도상 두 사람의 대선 그림은 상당 부분 일그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두 사람이 대선판에 가득 드리워져 있는 먹구름을 걷어낼 묘안을 교환했을지…. 청와대나 동교동은 회동 이후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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