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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제한제’ 없애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가 당해 회사 순자산액의 25%를 초과해 다른 국내회사의 주식을 취득ㆍ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지난 87년 도입돼 운영되다가 98년 2월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허용에 따라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폐지된 후 2001년 4월 부활됐다. 지난해 말 출범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돼 논란을 빚은 이 제도의 개정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재계는 줄곧 폐지 또는 완화를 역설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경제부는 현상유지하거나 완화하자는 의견이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더욱 강화하자는 의견이다. 이렇듯 이 제도에 대해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것은 계열사 출자에 대한 두 가지 대립적인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시각은 계열사 출자의 목적이 신규 사업 진출 또는 기존 사업 역량강화를 위한 투자에 있으며 출자규제는 이와 같은 기업의 정상적인 투자활동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반면 두번째 시각은 계열사 출자가 출자회사 지배대주주의 지배권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따라서 출자규제 강화를 통해 무분별한 계열확장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대기업 집단의 성장의 역사를 돌이켜보건대 두 가지 견해 모두에 일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들의 출자에는 생산적인 투자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사전적이고도 획일적인 규제로서 양자를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가 존재하는 경우 이른바 무분별한 계열확장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와 동시에 역동적인 기업투자를 제약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을 어렵게 한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서 이 제도는 많은 적용제외 및 예외조항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정보통신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출자,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출자 등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해 출자총액에는 포함되나 일정기간 동안 위법이 아닌 것으로 용인해주고 있다. 또한 사회간접자본 민간투자회사에 대한 출자나 같은 업종 내의 출자 등에 대해서는 규제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제도가 비록 제한적이나마 생산적인 투자와 그렇지 않은 투자를 선별할 수 있도록 눈을 달아준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에서는 대기업 집단 출자총액 중 절반이 적용 제외 또는 예외로 인정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이들 예외 조항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 출자총액 중 50% 이상이 적용 제외나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획일적인 출자규제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제 이 제도의 폐지를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사실 이 제도가 대기업 집단의 무리한 계열확장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거나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다른 곳에 있다.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시장의 감시 및 규율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행히도 외환위기 이후 상법ㆍ증권거래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이 추진됐고 사외이사제도, 소액주주의 권익 강화,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등 기업 내외부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규제하고자 하는 비효율적인 지배목적의 출자는 이제 기업 내외부의 감시와 규율에 의해 보다 효율적으로 견제될 수 있게 됐다. 최근 공정위에서는 이들 규율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는 출자총액규제가 최소한의 조치로서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출자규제의 폐해나 부작용이 없다면 이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출자규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거론됐지만 기업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키며,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출을 억제한다는 등의 많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출자규제로부터 얻어지는 사회적 이득이 이들 부작용의 폐해를 능가하지 못한다면 이 규제는 필요 없는 것이고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최충규(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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