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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순방 총리는 ‘식물’… 국정공백 현실화되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 ■ 동력 잃는 대한민국號

최경환 부총리는 美 출장길 올라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국정공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사퇴요구에 사실상 '식물총리'로 전락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중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16~27일 자리를 비울 예정이다. 내각을 총괄하며 직무 대행을 해야 하는 이 총리의 뒤를 받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15일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대한민국호(號)는 국정 최고 책임자 세 명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지는 상황을 맞게 됐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의혹이 확산되면서 이 총리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역시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이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16일 대통령이 출국하면 직무대행 할 사람이 총리인데 부패 문제로 수사를 받느냐 마느냐 하는 총리가 대행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총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국정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선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도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총리는 명백한 진실규명을 위해 국무총리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검찰이 명백히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이 총리가 결단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탄핵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이 총리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헌법에 의거해 탄핵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여야를 막론한 사퇴 요구에도 이 총리는 결백을 주장하며 총리직 유지를 강조하고 있으나 벌써부터 이 총리의 직무 수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1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례적으로 모두발언을 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절름발이 신세로 전락한 이 총리가 과연 장기 출장을 떠나는 박 대통령의 직무대행을 할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예고된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박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몰린 총리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열흘 넘게 해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적지 않다.

자리를 비우는 대통령과 사실상 '식물' 상태에 빠진 총리로 인해 가뜩이나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데 이날 최 경제부총리마저 해외 출장길에 오른 것도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은 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으로 떠났다. 야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에 이를 항의했고 정 의장도 "유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이 '성완종 블랙홀'에 빠져 마비가 되고 있는데 국정 최고 책임자들이 줄줄이 자리를 비우면서 이 총리가 주도했던 '부패와의 전쟁'은 명분을 잃게 됐다. 또 노동시장 구조 및 공무원 연금 등 박근혜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각종 개혁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집권 3년 차 국정운영은 급속히 동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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