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딸기·키위·복숭아 등 그리스산 과일을 다시 수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작 독일 등 유로존 국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과일 무역이 아닌 두 나라 간 전략적 공조 확대라고 신문은 전했다.
8일 정상회담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리스 경제지원을 포함한 양국 간 교역·투자 등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그리스 지원을 위해 금수조치를 풀어 과일 등 농산물을 수입하고 러시아와 터키를 연결하는 가스관을 그리스까지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가 그리스에 직접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실리 콜타쇼브 글로벌라이제이션 대표는 "러시아가 그리스 문제를 모두 풀 수는 없겠지만 모스크바는 그리스에 자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스도 러시아를 옹호하며 우호관계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주 러시아 국영방송인 이타르타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제재는 목적지 없는 길"이라며 "그리스와 러시아의 관계가 돈독해지면 채권단과의 협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FT는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이 재정위기 악화로 점점 더 궁지에 몰릴수록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는 양국이 실질적 공조보다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한 행위(grandstanding)'에 만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치프라스 총리가 유럽 채권단에 항의하기 위해 러시아행을 결심했다고 보고 있다. 테오차리스 그리고리아디스 자유베를린대 그리스·러시아 관계 전문가는 "그리스가 독일을 화나게 하고 겁 주려고 러시아를 이용하고 있다"며 "치프라스는 다른 옵션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 소재 유럽개혁센터의 사이먼 틸포드 부소장도 "그리스가 러시아와 접촉하는 것 자체가 유럽 국가들에 그리스 지원을 양보하라는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와 손을 잡으려는 그리스의 시도가 다른 유럽 국가들의 화를 돋워 상황을 더 꼬이게 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러시아는 그리스 외에 키프로스·체코·헝가리 등을 포섭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EU 회원국인 이들 국가를 지원군으로 두면 러시아가 입지를 강화하고 서방 국가들에 대응할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모스크바에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과 만나 '항상 진실로 친밀하고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두 나라의 관계를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키프로스와 국방·안보·경제·에너지·투자협력 등과 관련한 10가지 협정을 체결했다. 키프로스도 지난달 유럽이 러시아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결정하자 그리스와 함께 반대 목소리를 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헝가리도 방문해 천연가스 공급 등 정치적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상호협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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