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의 공식 부대변인이자 문화체육관광부의 미디어ㆍ언론 담당 책임자인 김대기(행시 22회ㆍ사진) 문화부 2차관의 ‘언론기피증’이 기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여야간 의견 대립으로 미디어 관련 법안들이 7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데도 주무 부처 차관이 기자들과 만나는 것을 꺼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론과의 정례 브리핑을 들 수 있다. 지나 4월 27일 취임이후 김 차관은 출입기자단과 공식으로 만난 게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6월 12일 첫 오찬에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미디어법에 대한 정부의 신문광고 게재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를 만났을 뿐이다. 두번째 간담회 자리에서 김 차관은 매주 정례 간담회를 갖겠다고 공언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을 이유로 3주 연속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부처와 비교했을 때 김 차관이 기자단과 적지 않은 스킨십을 가졌던 것처럼 보이지만, 전임 차관이었던 신재민 문화부 1차관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사안이 없어도 해외 출장 등 공식 일정이 없는 한 반드시 기자단과 간담회를 했던 신재민 차관과는 비교된다. 2차관이었던 당시 신차관이 한달 평균 3~4차례 간담회를 가졌던데 비하면 김대기 차관의 행보는 가히 ‘언론기피증’에 가깝다고 할만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문화부 내부에서도 경제 관료 출신인 김 차관이 미디어 업무에 대한 관심도가 지나치게 낮은 게 아니냐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예산 전문가인 김 차관의 역할이 ‘문화부 예산 1% 확보’에 지나치게 편중된 것으로 분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차관에 대한 동정론도 없지 않다.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 등을 거친 정통 관료를 문화부로 보낸 ‘무리한 인사’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본인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평생 숫자만 들여다본 경제 관료 출신이라 말 주변이 없다”면서 너그럽게 봐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고 머리 좋기로 유명한 경제 관료가 청와대 눈밖에 날 행동을 할 리는 없어 보인다. 소문 없이 자신의 할 ‘도리’는 다 하고 있다는 게 언론계와 관가의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문화부 출입기자단과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는 김 차관이 비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언론사 관계자들과 접촉한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기 때문. 김 차관이 비공식 채널로 청와대 기자들과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경기고ㆍ서울대 출신의 언론인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2차관으로서의 소임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는 반론인 셈이다. 이와 관련, 김 차관은 기자와 만나 “공직 생활 30년 넘게 한 내가 언론 기피증을 가질 이유가 없다”면서 “취임 후 업무를 파악하느라 기자들과 만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공교롭게도 장관과 1차관이 번갈아 가면서 기자들과 일정을 잡는 탓에 정례 간담회 약속을 3주 연속 지키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매주 진행하는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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