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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대전환 없인 영원히 저성장 굴레… 대개혁 이끌 소통의 리더십 절실



대기업 매출 꺾이는 건 "국내경제 문제있다" 신호

돈풀기 치중 땐 그리스 꼴… 체질 개선 토대 만들어야

고통분담없는 노동개혁… '무늬만 개혁'으로 끝날 것

청년 고용절벽 문제는 지식문화산업 활용할만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믿을 만한 대기업의 매출액마저 꺾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봅니다. 지난해는 전체 상장사의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입니다."

김광두(사진)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3일 서울 마포구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 창간 55주년 특별 인터뷰를 갖고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려면 단기적인 경기부양과 함께 중장기적인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을 병행해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관계를 끊고 개혁적 보수의 가치를 바탕으로 독립적인 입장에서 정책 대안을 연구하는 국가미래연구원 수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일까. 우리 경제와 사회·정치 현안에 대한 그의 발언은 거침없고 해법은 명쾌했다. 김 원장은 "대전환이 없으면 성장률 3%대 달성은 영원히 힘든 저성장 구조로 갈 수 있다"며 "구조개혁을 이끌어갈 수 있는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기가 어렵다고 부양을 위한 돈 풀기에만 치중하면 재정적자에 그리스 꼴 난다"며 "단기적인 성장률을 올리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우리 경제가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에 빠져 소비도 기업 투자도 늘어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 때문에 소비를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고 세계 교역량 감소,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에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중장년은 노후 대비를 위해 저축을 늘리고 젊은이들은 돈이 없다"며 "일자리의 질이 과거보다 좋지 않고 임금도 낮아 소비를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수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그는 "교역량이 줄고 있는데 중국은 상품 경쟁력으로 치고 올라오고 일본은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며 다시 앞서나가고 있다"며 "특히 최근 2년간 진행된 엔저 현상으로 우리 기업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엔저로 체력을 키워온 일본 업체들의 공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원장은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정부나 경제주체들이 기존과는 다른 전향적 자세로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2.5~2.8%가량으로 나오는데 정부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면서도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지를 논의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지금 같은 식으로 하면 공무원 연금개혁처럼 무늬만 개혁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 바로 (이해 당사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통을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통보다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원장은 "구조개혁을 가능하게 하려면 국가 지도자와 정치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 본인 스타일을 좀 접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며"영국·미국 심지어 인도까지 총리가 직접 나선다. 국가 지도자가 나서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수평적 리더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소통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아 나가다 보면 의견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치 지도자들의 일방적인 수직적 리더십 때문에 공무원들은 보신주의에 몸을 사리고 사회와 조직은 유연성이 떨어져 문제 해결 능력도 떨어진다. 그는 "정치권·공직사회를 포함해 사회 전체 분위기가 너무 경직돼 있다"며 "소통을 해야 유연성을 키울 수 있고 그래야 문제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야당과 대기업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앞에 닥친 경제 위기는 정부와 정치권의 변화로만 헤쳐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우선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고도 성장기를 돌아보면 기업 창업자들은 큰 꿈을 가지고 움직이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등 운도 따랐지만 (어떻게든 이루겠다는) 헝그리 정신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업주의 2세·3세들이 경영 전반에 등장하고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너무 관료화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도전 정신도 사라지고 군림하려다 보니 주변에 있는 임직원들도 리스크가 있는 사업은 제안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기업 내부적으로 과감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경영의 속도를 낼 수 있고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중국 기업들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공략할 목적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우리 신생 벤처기업들을 쇼핑하듯 사들이고 있다"면서 "대기업들은 벤처기업이 보유한 아이디어의 적정 가치를 인정해주면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만 가져가고 기업을 키우지 않으려 한다는 불신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모험자본시장의 규모 역시 더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존재감 없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는 야당에 대해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원장은 "야당은 '규제 완화=재벌 봐주기'라는 노이로제에 걸려 있는 것 같다"며 "규제 완화는 기득권을 깨는 것이라는 더 큰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경제 활동을 제약하는 원격 의료나 수도권 규제 등은 과감히 완화할 수 있도록 야당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청년고용 문제 역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정부의 돈으로 일시적으로나마 청년 고용난을 풀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며 "잠재성장률을 3.6%로 보더라도 제조업에서는 연간 60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지식문화산업이 청년 고용난 해소의 키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고학력 청년들에게 마냥 서빙을 하라고 할 수는 없다"며 "청년들이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야를 키워야 하는데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지식문화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 시나리오를 쓰거나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것이 대표적인 지식문화산업인데 이는 창의력의 영역"이라며 "부가가치를 높이면 자연스레 임금도 높아지고 젊은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e is

△1947년 전남 나주 △1972년 서강대 경제학 학사 △1976년 하와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1977~1981년 국제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1981~1983년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1983년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1994~1995년 서강대 경제연구소장 △1995~1998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2000년 서강대 경제대학원 원장 △2005년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2006년 서강 시장경제연구소 소장 △2010년~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통닭집 망하는 것으로 안끝나… 가계빚2·3차 파장 생각해야

빚 증가→소비 위축→기업경영 발목
가계 수입 늘려 부채 갚을 해법 필요

조민규 기자

"통닭집이 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빌린 돈을 못 받는 것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점, 양계농가도 피해를 봅니다. 그러면 소비도 영향을 받고 기업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김 원장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정부의 방식이 잘못됐다"며 "(눈에 보이는) 1차 효과는 물론 2차·3차 연쇄 효과가 미치는 영향까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세 자영업자가 빌린 돈이 400조원이 넘는데 현재 연체율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경기가 더 나빠지고) 성장률이 떨어지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한계기업이 전체 상장사의 16%가 넘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정부가 이 같은 가계부채 대응 방식 때문에 스스로 딜레마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는 대출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빌렸고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도 기준치보다 높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며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출 규제를 풀었는데) 총량이 급속하게 늘어나니까 별문제가 없다면서도 결국 브레이크를 걸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가계부채 문제 해법에 대해 "소득을 늘려야 부채를 갚을 수 있는데 성장이 돼야 소득도 늘어난다"며 "(중국과의 경쟁력 문제로)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주기 쉽지 않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담=김정곤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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