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저축은행은 최근 부산에 있는 대형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경매에 성공하면서 날릴 뻔했던 80억원의 대출금을 모두 회수했다. 호텔을 짓다 중단된 상태였던 해당 사업부지는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가격도 높아 지난해까지 무려 여덟 번이나 유찰됐던 건이다. KB저축은행 관계자는 "수차례 공매에 실패하면서 우리 나름대로도 호텔을 준공, 개장하는 등 물건 가치를 높이는 한편 투자자를 찾아다니며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특히 올 들어 부동산 시장이 기대 이상 활기를 띠면서 많은 물건이 제값을 받고 팔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5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경매에서 여러 번 유찰된 PF대출 물건이 올 들어 주인을 찾거나 기존 사업자가 사업을 재개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2일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아파트 건설 대상 사업지를 감정가보다 30억원이나 높은 222억원에 파는 등 올해 들어서만 800억원가량을 회수했다. 하나저축은행도 지난해 세 번 유찰 끝에 가격이 46억원에서 15억원까지 떨어진 상가 담보를 최근 제값에 팔았고 지난 3년간 매수 희망자를 찾지 못했던 대형 PF사업장도 투자자를 찾아 매각 절차에 들어가는 등 오랜 골칫거리였던 물건들이 속속 주인을 찾고 있다.
달라진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아파트 물건 경매 경락률이 70% 정도였다면 올 들어서는 90%까지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 경기가 나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부분은 바로 PF 사업장"이라며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함께 가져온 상태가 좋지 않은 부실 PF 물건도 올 들어 투자자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고 공사를 준비하다 부실이 난 사업장 중에는 공사를 재개해 정상화된 곳도 종종 생기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경매 활성화는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가장 큰 이유지만 부실 PF에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택지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건설 사업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보상·민원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에 차라리 어느 정도 기초 작업이 끝난 부실 PF 사업장 중 괜찮은 물건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세가가 치솟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낮아지면서 실수요자 중심의 아파트 구매가 늘어나고 있어 아파트 담보 물건 경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매 활성화로 저축은행들은 손실 처리했던 대출금을 회수하는 동시에 부실에 대한 충당금으로 쌓았던 돈까지 환입되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올해 1·4분기 실적은 영업이익보다는 담보 물건 매각에 따른 충당금 환입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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