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왕서방, 딤섬 대신 유로본드로 갈아탄다

QE로 금리·통화가치 급락… 中기업 새 자금조달처 각광

올 유로채권 290억달러 발행… 지난해 발행총액에 육박

낮은 유동성·짧은 만기 등 부각… 딤섬본드는 8년만에 위축 전망


재주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부리고 재미는 왕서방이 보는 것일까.

지난 수년간 위안화 표시 해외발행 채권인 속칭 '딤섬본드'로 투자자금을 긁어모았던 중국 기업들이 올 들어 유로화 표시 채권(유로본드)에 몰려들고 있다. ECB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를 살리려고 9일부터 대규모 채권매입에 나서면서 유로존의 시중금리와 통화가치가 급락하자 새로운 자금조달처로 삼은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증권정보 업체 딜로직의 자료를 인용하며 "중국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유로 표시 채권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4분기 전무했던 중국 기업들의 유로본드 발행규모는 올 들어 현재까지 290억달러(약 32조2,393억원)에 달해 지난 한해 동안의 총 발행규모(33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에 비해 딤섬본드 인기는 시들하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월간 딤섬본드 발행규모는 지난해 1~3월 중 적게는 한달 501억위안에서 많게는 651억위안으로 사상 최대에 이르렀으나 이후 점차 쪼그라들어 올 1월과 2월에는 각각 186억위안, 244억위안에 그쳤다. 2007년 1월 총 50억위안어치가 발행되며 도입 이래 첫선을 보인 딤섬본드 시장은 중국 경제성장과 맞물려 급성장했다. 2011년 1월에는 세계은행(WB)마저 사상 최초로 딤섬본드를 5억위안어치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을 정도로 국제금융자산으로 공인되기도 했다.



딤섬본드의 질주가 약 8년 만에 더뎌진 것은 우선 국제금리와 환율환경 변화의 영향이 크다. ECB가 9일부터 내년 9월까지 회원국 채권을 매입해 총 1조1,400억유로의 자금을 풀기로 함에 따라 유로존 주요국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딤섬본드 수익률은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에 따른 채권자들의 보상심리 등이 영향을 미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유로화 통화가치도 ECB의 돈 풀기 정책의 여파로 연일 약세여서 1유로의 가치가 지난해 5월1일 8.6928위안에서 이달 9일에는 6.7982위안 (장중가)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기업들로서는 금리나 환율을 감안할 때 딤섬본드보다 유로본드로 훨씬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셈이다.

더구나 활발하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해외진출도 '딤섬→유로본드' 환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들 기업이 유럽 등에서 기업인수나 지분매입을 할 때 필요한 자금을 위안화가 아닌 유로화로 조달하면 환전에 따른 환차손 등의 손실위험을 피할 수 있고 자금관리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딤섬본드 시장 특유의 낮은 유동성, 짧은 만기(듀레이션 기준), 수요 변동성 등이 부각되면서 발행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서 아시아 채권시장 투자업무를 총괄하는 존 프랫은 "유로본드가 틈새시장화하면서 중국 기업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딤섬본드 시장 전망은 어두워 올해 발행규모가 전년 대비 15% 감소할 수 있다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신용시장 애널리스트인 베키 류는 내다봤다.

한편 정작 중국 본토기업들은 외면하는 딤섬본드를 러시아 기업들이 홍콩시장 등에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경제제재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러시아 기업들이 대안으로 우방인 중국 통화를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