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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랑스’가 없는 사회

알제리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50년대말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인 장 폴 사르트르는 알제리 독립자금 전달책으로 나섰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알제리인들이 모금한 자금이 든 가방의 전달책임자를 자원했던 것이다. 이 돈은 알제리인들의 무기 구입에도 사용돼 사르트르의 행위는 프랑스의 입장에서 보면 반역행위 였다. 당연히 사르트르를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소리가 드골 당시 대통령 측근들의 입에서도 나왔다. 그러나 드골은 “그냥 놔두게. 그도 프랑스인이야”며 끝내 사르트르를 처벌하지 않았다. 드골의 말에는 대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를 지탱하는 사회원리인 이른바 `톨레랑스`가 잘 나타나 있다. 톨레랑스는 비록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의 것과 달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톨레랑스가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토론과 설득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볼썽사나운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하고 있다. 정권을 잡은 민주당에서는 의원ㆍ당직자들이 신당창당을 둘러싸고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판이 벌어지고 있다. 정권을 잡은 당이 불과 1년도 안돼 해체수순을 밟는 것은 세계 정치사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60대 용퇴론` `5ㆍ6공 세력 용퇴론` 등을 내세워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소장파에 대해 중진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감정 싸움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건전한 토론과 설득이 끼여들 여지는 없다. 오로지 `나만 옳다`는 식의 일방적 논리만이 팽배해 있다. 또 얼마전에는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 대법원의 힘겨루기로 사법부가 격랑에 휩싸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핵폐기장 건설에 반대하는 부안군민들의 시위가 격화돼 군수가 중상을 입는 폭력사태도 발생했다. 우리 사회는 오랜 군사독재와 저항으로 흑백논리가 만연돼 있다. 선과 악, 흑과 백이라는 잣대로 세상을 갈라 놓고 있어서 중간적 입장이 반영될 틈이 없다. 당연히 토론과 설득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국가가 역동적인 사회가 되려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토론을 통해 합일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볼테르가 한 이 말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오철수(사회부 차장)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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