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전례 없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전위 부대'로 내세웠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식에서 물가를 잡으라고 미션을 주었다. 그리고 지난 6일 김동수(사진)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통령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사무처장 직속의 물가 대책반을 꾸리고 물가관리에 직접 뛰어들었다. 경쟁 촉진이란 공정위의 본업을 물가단속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의지는 적지 않은 논란을 낳고 있다. 물론 그의 행보를 이해하는 시각도 있다. 이 대통령은 '5% 성장, 3% 물가'라는 사실상 양립하기 힘든 주제를 올해의 국정 목표로 삼은 상황. 하지만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춰왔고 올해 연쇄적인 인상이 예고되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더욱이 물가 잡기에 또 다른 특효약인 환율 절상은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목표가 돼야 할 수출 달성을 위해 시행할 수 없는 과제다. 이 대통령은 결국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거시적 정책 도구를 버려둔 채 공정위를 행동 대장으로 삼은 셈이다. 하지만 공정위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마저 이 같은 행위에 대한 반론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물가를 한국은행이 잡아야지, 왜 공정위가 잡느냐는 일종의 정체성 논란이다. 2005∼2006년 공정위 사무처장을 지낸 허선 법무법인 화우 선임컨설턴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위의 정책방향이 너무 엉뚱해서 큰 일"이라며 "길게 보면 명백히 재앙일 것이 분명한 것을 그냥 놔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물가안정을 위해 담합 조사를 한다면 당장은 가격인상을 억제하겠지만 후유증은 오래 갈 것이라고 지적한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시장의 가격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정상적인 수요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돼야 하고 공정위는 비정상적인 경쟁을 바로 잡는 우회적 역할에 그쳐야 하는데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하듯이 공정위가 물가 단속반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5% 성장, 3% 물가'의 목표에 매달려 행정력을 쏟기보다는 통화정책과 경쟁 촉진, 유통 개혁, 교육 개혁, 서비스산업 선진화, 적정한 주택수급 관리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때 물가 안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고환율 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성장의 페달'을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조건적인 성장의 도그마에 집착하지 말고 일단은 물가를 잡는 데 힘을 기울여야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는 모두 다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원화를 절상하고 (금리인상을 통해)시중에 풀려 있는 돈을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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