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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중단·어음 휴지화“숨쉬기 벅차다”/금융공황…중기 자금난 비명
입력1997-12-12 00:00:00
수정
1997.12.12 00:00:00
◎고금리 신탁계정만 강요 “그나마 별따기”/할인폭도 23%까지… 담보제공은 기본으로/특례자금 겨우 60억 남아… 신용보증 중단IMF한파로 국내 금융시장은 마비되어 어느분야 할것 없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정부가 각종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제살리기에 안간 힘을 쏟고 있지만 시스템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금리, 기간, 액수 3불문하고 돈 구하기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1, 2차 오일쇼크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난국이다. 중소기업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하고 흐름에 대한 예측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책의 하나로 실시해 오던 현금결제 역시 먼 옛날얘기가 돼 버렸다. 대기업의 코가 석자이기 때문이다. 어음할인 역시 하늘의 별따기다. IMF시대의 중소기업 자금난을 긴급 점검한다.<편집자주>
▷재무구조 급소악화◁
최근들어 중소기업 대부분 부도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데다 돈줄조차 막혔기 때문이다.
11일 기협중앙회(회장 박상희)가 전국의 4천4백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96년 기준 중소기업실태조사」결과 자기자본비율, 유동비율, 그리고 부채비율 등 전분야에서 지난 95년보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95년 26.0%에서 25.3%로, 유동비율은 93.5%에서 90.3%로 악화됐다. 또한 부채비율 역시 2백84.9%에서 2백96.1%로 늘어났다.
외부자금차입 역시 장기차입급 비중은 지난 95년 17.7%에서 17.2%로 줄어든 반면, 단기차입금 비중은 16.9%에서 17.8%로 늘었다.
이같은 재무내용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한 것인 만큼 올해, 특히 IMF시대대가 본격화된 요즘 중소기업의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소기업 돈줄 경색의 최일선 현장은 은행이다.
▷은행 BIS맞추기 급급◁
은행들은 최근 환율급등과 증시침체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선으로 맞추기 힘들게 되자 가계대출까지 사실상 중단한 상태여서 기업들에게 자금을 대줄 엄두도 못내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경우 건전성 기준에 입각해서 위험평가 및 대출심사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IMF 요구에 따라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자금을 얻어 쓰기가 더욱 어려워 질 전망이다.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 역시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제도로 지적돼 축소되거나 폐지될 공산이 높은 실정이다.
D상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신규대출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면서 『일선은행들의 경우 대출상담을 하면 일반대출은 없다며 금리가 높은 신탁대출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모뎀 및 장비제조업체인 H사와 폴리우레탄수지 제조업체인 U사 역시 신규대출 중단으로 직원들의 월급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유력사 어음도 거부◁
어음할인 불능도 발등의 불이다.
일부 은행에서 할인을 해주는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할인금리가 18%에서 최고 23%에 달하는데다 담보까지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어음할인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명 상장회사의 어음을 갖고 있는 H사는 현재까지 어음할인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C사는 한미은행이 어음할인 금리를 18%로 요구해 곤란을 겪다가 결국 신한은행으로 부터 12.5%에 간신히 할인을 받았다.
현재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어음으로 물품대금을 결제받고 있으나 부품 등 원부자재 구입은 현금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인 결제수단이던 어음이 할인되지 않는등 휴지화 하면서 원부자재업체의 현금결제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마디로 샌드위치 신세인 셈이다.
▷할부금융 여신회수◁
은행보다 종금사 거래에 비중을 둬온 중소기업들은 여타 중소기업에 비해 타격이 더 크다. 정부는 약 80조원에 달하는 종금사의 기업대출금을 2개월간 회수하지 않도록 하는 처방을 내리는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신규대출은 꿈도 꿀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 자금난은 상호신용금고와 할부금융, 파이낸스 등 이른바 3금융권의 신규대출이 중단되면서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할부금융과 파이낸스의 경우 주요 자금공급원인 종금사로 부터의 자금조달이 막히면서 몇달전부터 기업에 대한 대출업무는 거의 중단하다시피 한 상태다.
결국 종금사는 3금융권에 대한 여신을 중단하고, 3금융권은 다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중단과 기존여신 회수에 나서는 등 금융기관과 기업간 자금고리는 완전히 끊긴 셈이다.
벤처기업인 C사는 금융권에서의 자금조달이 막히자 결국 자본출자하고 있는 창투사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창투사 자체가 자금조달난을 겪고 있어 고립무원인 처지다.
▷코스닥 경쟁률 0.1대1
직접금융시장인 주식시장(코스닥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최근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종목들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에따라 코스닥등록을 위한 신규공모 경쟁율도 급락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일과 5일 실시됐던 세종공업, 극동스프링크라 등 2개 기업의 공모에서 경쟁률은 세종공업이 0.1대 1, 극동스프링크라가 0.5대 1을 기록,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 개설이후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다. 코스닥공모시 청약증거금이 청약대금의 10%이기 때문에 최소 10대 1의 경쟁률은 기록해야 사실상 1대 1의 경쟁률이 된다. 따라서 0.1대 1의 경쟁률이란 실질경쟁률로 환산하면 0.01대 1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신규공모 경쟁률이 바닥을 기면서 코스닥시장 등록예정법인들의 공모연기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코스닥시장을 미국의 나스닥시장에 버금가는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주식시장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아래 각종 정책을 폈지만 현실은 중소기업의 직접금융조달 봉쇄로 치닫고 있다.
▷현금결제 “없던얘기로”◁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도 붕괴되기 시작했다.
대기업으로 부터 받은 어음이 전혀 할인이 안돼 납품대금을 현금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아협력사의 경우 부도어음을 3개월부터 12개월까지 3개월 단위로 나눠 4장의 새어음을 교환받았으나 이를 할인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까지만해도 중소기업지원을 위해 현금결제 비율을 높이겠다는 대기업들이 요즘은 오히려 어음기한을 늘리고 있다. 이에따라 중소협력업체들은 3개월짜리 어음은 물론 6개월짜리 어음을 받는 일도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융자승인마저 외면◁
금융시장이 마비된 가운데 정부의 정책지원자금마저 거의 바닥나 중소기업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중소기업회생특례자금 3백억원중 현재 남아있는 자금은 60억원에 불과하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지원하는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은 지난 10월말 현재 올 예정분 9천2백86억원중 8천6백53억원의 융자승인이 난 상태로 6백억원도 채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얼마 남지 않은 지방중소기업육성자금에 대한 융자승인마저 중단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차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상채권 회수전력◁
신용보증업무 역시 신규보증이 중단되는 등 제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와관련, 신용보증기금은 올초부터 보증권한을 각 지점장에게 위임해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직접 묻고 있다. 또한 12월이 각 지점 평가기간인 관계로 대위변제가 많은 지점들은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구상채권 회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 하반기들어 보증사고액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등 대위변제액이 크게 증가하자 신용보증기금측은 기본재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 신규보증업무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D화학의 N사장은 12월초 은행대출을 위한 신용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결국 안전한 담보를 원하는 신용보증기금의 요구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구조개선사업 차질 우려◁
금리폭등으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구조개선지원사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중진공은 그동안 채권을 발행해 저리의 구조개선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회사채수익율이 폭등해 발행금리와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금리와의 차이를 보전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동안에는 이 부분을 정부출연금 등으로 충당해왔으나 이 차이가 너무 커져 현재 6.5∼7.0%대인 대출금리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이로인해 중소기업 대한 지원폭 역시 대폭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중소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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