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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산책/3월 14일] 급할수록 서두르지 말자

우리나라가 지금 경제형편이 좋지 않은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고 모두들 걱정이 태산 같다. 백방으로 그 타개책을 궁리하고 있는데 한식의 세계화도 그중 하나다. 이를 위해 이미 해외시장을 답사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일상 먹는 음식은 입맛에 길들여지지 않으면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게 쉽지 않고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한식의 세계화는 너무 서두르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한식 메뉴를 어떻게 짜야 하고, 누가 담당하고, 어느 나라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는 대상국의 경제ㆍ사회ㆍ문화를 파악, 거기에 부합되는 전략을 짜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한식의 정체를 확립하고 이것을 제조 관리하는 산업을 정비해 내실을 갖출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한식의 조리가공법이나 산업화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치 세계화' 구체적 전략부터 김치는 한식에서 필수적인 품목이며 이미 세계화돼 있지만 여러 가지 선결돼야 할 일들이 많다. 김치는 각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 수 있어 다양한 김치가 상품화되고 있으며 중국에서 수입되는 김치까지 시장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품질의 김치가 다양한 값으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표준화나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며 이런 제품들이 국내는 물론 수출시장에서 과당경쟁이나 품질저하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는 김치의 우수성을 역설하면서도 해외시장에서 과당경쟁으로 인한 품질저하를 가져오는 일이 초래되고 있다. 배추가 과잉 생산됐다고 10만톤씩이나 폐기한 것이 엊그제인데 지금은 배추 값이 오르고 있는 등 원시적인 원료수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만톤이나 되는 김치를 수입하고 고작 2만톤 정도를 수출하면서 세계화는 무슨 체면이 서겠는가. 기생충 파동으로 곤욕을 치른 지가 몇 년이 지났는데 문제를 일으킨 정부 당국에 이렇다 할 전문 요원이나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막대한 양의 수입김치 때문에 배추 원료생산에까지 차질을 불러오고 있지만 역시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정부 당국이다. 김치산업체 또한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김치 세계화의 주도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을 서는 것도 마땅하다. 그러려면 우선 국내의 김치산업을 탄탄하게 하고 그런 뒤에 합리적인 전략을 차분하게 세워 세계를 공략해야 할 것이다. 김치는 종류가 많고 사용하는 원료가 20여종에 달하는데 그들 각각의 품질이 다양하며 발효가 진행되는 기간에 소비돼 저장성이 불안정하고 소비자 기호도 달라 수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산업이다. 품질관리·홍보 등 공조체제 필요 김치는 손쉽게 담글 수 있기 때문에 400여개 이상이나 되는 산업체가 있지만 대부분이 영세업체이고 규모를 갖춘 업체는 50여개에 불과하다. 이들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조체재를 구축해야 한다. 즉 원료의 원할한 수급대책, 수입김치의 방어적인 품질관리, 그리고 김치의 우수성을 세계에 홍보하는 일, 김치의 품질개선과 저장성 연구, 세계화전략 수립 등은 김치산업 진흥과 세계화의 공통적인 과제이므로 공조체재를 갖춰 대처해나가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몇몇 협의단체가 있었지만 그 활동이 미진해 산업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중견 기업이 앞장서고 많은 기업을 아우르는 세계김치협회가 창립, 그 기대가 자못 크다. 이 협회는 업체의 흥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당면한 공통적인 문제들을 적극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정부 당국과도 긴밀하게 협의해 김치산업의 육성과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김치산업이 살기 위해서는 뭉쳐야 하며 김치산업이 살아야 우리 농업도 살고 국가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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