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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는 관료의 정책수단이라는 인식부터 버려라

청와대가 공직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여간 엄중한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주재할 예정이던 규제개혁장관회의가 20일로 돌연 늦춰졌다. 청와대의 공식 설명은 민간 참석자를 늘리기 위해서라지만 단순히 참석자 범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규제 문제를 다루는 장관들의 안이한 인식과 자세에 대한 질타라는 해석이 적절하다. 박 대통령이 품격 논란을 무릅쓰고 규제를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표현했음에도 대책과 추진방향·개혁의지가 영 성에 차지 않아서일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행정부처마다 과거에 해온 관행과 타성대로 책상머리 대책을 올렸으리라. 오죽하면 끝장토론을 벌이겠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싶다.

규제 문제가 한두 번의 끝장토론으로 끝낼 사안은 분명 아니다. 그만큼 고질병이다. 고래 심줄보다 더 질기고 뿌리 또한 깊다. 박 대통령이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말을 꺼낸 지 벌써 반년이 넘었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규제혁파의 성과는 결국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데 달렸다. 규제는 인센티브와 더불어 대표적 정책수단으로 통한다. 역대 정부마다 개혁을 외쳤건만 경제ㆍ사회적 적폐로 잔존해온 것은 과거에 규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정책수단으로 휘두른 데서 유래한다. 숫자나열형 규제감소는 의미가 없다. 규제란 계속 곁가지를 치는 속성이 있다. 이른바 '규제 피라미드' 효과다. 이익단체에 포획된 규제당국이 진입장벽을 허물 턱이 없다.



규제혁파의 실패는 사실상 정부의 실패다. 기존 규제는 뿌리를 둘 것인지 없앨 것인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새 규제 도입은 철저하게 비용ㆍ편익 분석에 입각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부처마다 규제혁파정책관을 따로 두는 방안도 검토해봄 직하다. 공직사회는 청와대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첫걸음은 규제를 호주머니에서 넣었다 뺐다 하는 정책수단이라는 관행과 타성부터 뜯어고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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