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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에 쓰이는 발전설비는 크게 두 가지,.석유 등 연료를 이용해 증기를 만드는 보일러와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터빈 제네레이터 두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발전용 보일러의 생산능력을 가진 국내 기업은 단 두 곳뿐. 500㎿용량 기준으로 높이 105m, 무게는 2만3,000톤에 이를 정도니 남다른 설계능력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곳은 굴지의 대기업인 두산중공업, 그리고 또 한 곳은 발전설비 전문 중소기업인 신텍이다. 신텍은 100㎿ 이상의 중형 발전소에 쓰이는 발전설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 2001년 설립돼 이제 갓 창업 10년을 맞았지만 발전설비 분야에서는 이탈리아의 마키(MACHI) 등 세계 유수의 기업과 경쟁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창업 첫해 13억원의 매출에 그쳤던 신텍은 해마다 두 배 가까운 성장을 이어오면서 지난해에는 1,000억원을 훌쩍 넘긴 1,350억원으로 외형을 키웠다. 창원 본사에서 만난 조용수 사장은 "매출 규모는 경쟁사보다 적다고 인정하지만 기술력이 모자란다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신텍의 기술경쟁력은 탄탄한 인적자원에서 비롯됐다. 250여명의 직원 가운데 삼성중공업 출신이 90여명, 경력도 대부분 10~20여년에 이르는 베테랑들이다. 조 사장 자신도 삼성중공업에서 30년간 발전설비 분야 엔지니어링을 해온 전문가다. 그는 "발전설비에 필요한 7개의 설계분야 중 하나를 익히는 데만 6~7년이 필요하다"며 "발전설비는 축적된 경험과 설계 노하우가 중요해 쉽게 진입하기 힘든 분야"라고 강조했다. 신텍은 기본소재와 내압부, 비내압부 등 7개 설계분야를 자체인력만으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신텍이 이처럼 우수한 기술인력을 갖추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90년대 외환위기 당시의 대기업 '빅딜'이었다. 삼성중공업이 발전설비 사업을 접으면서 조 사장이 베테랑 엔지니어 몇몇을 이끌고 차린 회사가 바로 신텍이었다. 그는 "발전설비 분야의 빅딜로 미래 성장동력 기술이 사장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라는 생각에 도전에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 초기 노후발전설비 유지보수로 수익을 올리던 신텍은 이후 2004년 포스코 광양 100㎿ 발전설비를 턴키 제조하며 능력을 입증, 이후 거침없는 투자와 기술적 우위로 성장을 거듭했다. 여기에는 기술금융 지원의 뒷받침이 컸다. 함안의 1공장과 2공장, 광양의 3공장 준설에 투자한 금액만 250억원. 다행히 신텍의 기술력과 성과를 눈여겨본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지원으로 자금문제는 의외로 손쉽게 해결됐다. 조 사장은 "기술보증기금 등으로부터 적시에 지원을 받아 끊임없이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지금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남 신안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조 사장이 말하는 새로운 도약이란 2015년 매출 1조원 달성이다. 신텍은 이를 위해 회사의 주력인 발전설비에 더해 해양플랜트와 화공플랜트 분야를 육성, 3개의 주력 분야체제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조 사장은 "주변에서는 지금까지의 성장을 높이 평가하지만 우리 임직원들은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앞으로 기술력 뿐 아니라 기업 규모와 명성에서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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