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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모습 공존하는 또다른 생명의 공간

'사막의 진주' 카타르 도하<br>순례자와 탐험가… 사막과 첨단빌딩들…<br>거친 모래바람·뜨거운 태양아래 시속 80㎞로 사막의 속살 질주<br>롤러코스터 같은 사파리 스릴만점<br>바다위의 인공섬 팜트리 아일랜드… 애완용 매 파는 재래시장도 인상적


'진주를 캐던 사막'이 '사막의 진주'로 탈바꿈한 카타르 도하는 수십 개의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변화 속에서도 전통의 숨결은 남아 있어 이곳을 찾은 이방인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도하 시내 전경(위쪽)과 재래시장 수크에서 매를 판매하는 상인의 모습.


별똥 하나가 성호를 긋고 지나간다. 낙타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기도한 지는 이미 오래다. 별똥은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저리도 황급히 사라지고 낙타는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평생을 무릎조차 펴지 못하는가.(중략) 인생은 때때로 기도 속에 있지 않다. 너의 영혼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는 침묵이 필요하다. (정호승 시인의 '마음의 사막' 중에서)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 자신만의 사막에 별똥별 하나씩을 안고 살아간다. 천일야화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꿈꾸는가 하면 어린 왕자와 사막의 여우를 찾아나서기도 한다. 낙타 떼를 몰고 실크로드를 횡단하는 탐험가가 되기도 하고 절대자의 힘에 이끌려 고행을 감내하는 순례자의 길을 걷는 이도 있다. 철학과 사색, 탐험과 구원이 공존하는 지구 저편의 사막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모순이 서로 뒤엉켜 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또 다른 생명의 공간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희뿌연 먼지를 일으키는 메마른 땅, 신기루처럼 출렁이는 열기와 모래바람, 석유 자본의 힘으로 물기를 머금은 잔디밭과 정원수,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 마치 딴 세상을 옮겨놓은 듯 오밀조밀 모여 있는 21세기 최첨단 빌딩…. 극적인 대조가 묘한 조화를 이루는 중동의 사막 도시 카타르 도하를 찾아 펄떡이는 사막의 생명력을 느껴봤다. ◇자원 부국, 경제 부국을 품다=2세기 경 제작된 세계지도에 카타르는 '카트라(Qatra)'로 표기돼 있다. 아라비아반도의 동부 페르시아만에 돌출한 카타르반도에 자리하고 있는데 남쪽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나머지는 페르시아만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예로부터 아랍 유목민 문화와 이슬람 해상 문명이 공존했다. 18세기에는 오늘날 바레인의 토후(土侯) 할리파가의 영토였으나 1916년 특별조약으로 영국의 보호령이 된 후 1971년 독립했다. 현재 입헌군주제인 카타르는 경기도보다 약간 큰 1만 1,600㎢의 면적에 인구는 외국인을 포함해 약 169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900조㎥의 천연가스와 152억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만달러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오는 2022년 아랍 국가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되면서 위상을 널리 알리고 있다. 수도 도하와 인천공항 사이에 매일 직항편이 오가지만 카타르는 아직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는 아니다. 도하에 발을 내딛는 한국인들은 유럽이나 아프리카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카타르의 진면목을 알고 보면 중동 특유의 문화 체험을 하기에 안성맞춤인 여행지다. 최종 목적지로 향하기 전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면서 모래 사막과 이슬람 특유의 문화를 만끽하기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 ◇사막의 속살을 만나다=도하 여행의 백미는 '사막 사파리'를 타고 사막의 속살을 체험하는 것이다. 강력한 엔진에 사막용 타이어를 장착한 4륜 구동 지프를 타고 모래사막을 질주하는데 도하 남쪽을 향해 바닷물이 사막으로 깊숙이 들어온 '인랜드 시(Inland Sea)'까지 다녀온다. 지프에 몸을 싣고 도하를 출발했다. 곧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를 한 시간쯤 달렸을까. 작은 어촌도시 알 와크라와 멋진 해변으로 유명한 움사이드를 지나자 포장도로가 끝나고 모래밭이 펼쳐졌다. 지프 바퀴가 모래밭으로 푹 들어가는 순간 '이 상태로 저 거친 사막을 달릴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때 가이드는 사막의 임시 휴게소에 잠시 차를 세우고 타이어의 바람을 빼는 작업을 시작했다. 타이어가 바닥과 닿는 면을 최대한 넓혀 바퀴가 모래에 빠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잠시 정차한 순간을 놓칠세라 문을 열고 나와 모래 사막에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생전 처음 만나는 미지의 땅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샌들 사이로 곱고도 뜨거운 모래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동안 사진으로 만난 사막은 금빛에 가까웠지만 눈앞에 펼쳐진 사막은 산호가루를 뿌려놓은 듯 하얀 광채를 뿜어냈다. 다시 차에 올라타 본격적으로 사막 사파리에 나섰다. 더위에 지쳐 한데 모여 쉬고 있는 낙타 떼 옆을 지나 울퉁불퉁 모래 언덕을 차가 지그재그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시속 80㎞로 모래 언덕을 올라갔다 시속 100㎞로 갑자기 45도 경사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치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롤러코스터 같은 출렁거림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일행도 있었지만 지프의 사막 묘기가 반복되자 짜릿한 스릴감을 만끽했다. 차창 너머 사막 언덕 사이에 펼쳐진 새하얀 소금밭은 언젠가 사막의 갈증을 해소해줬을 바다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사막 곡예를 반복하던 지프가 도착한 곳은 도하 남쪽의 한적한 바닷가였다. 사막의 바다는 야자수도, 바람도, 사람도 없기에 더 특별했다. 누군가 인생은 사막을 건너는 여행이라고 말했던가. 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리라. 뜨거운 사막 한복판에서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면서 불현듯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도하 시내 투어, 아기자기한 맛에 반하다=카타르는 원래 석유로 부를 쌓기 전까지만 해도 가난했다. 그런 사막 국가를 먹여 살렸던 것은 진주 생산 기지였다. 하지만 석유 자본의 힘으로 카타르는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특히 수도 도하를 중심으로 수십 개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지난 2003년부터 바다를 매립해 조성하고 있는 인공 섬 '펄 아일랜드'에 주요 시설이 들어서면 관광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총 400만㎡ 넓이에 4만여 가구가 들어설 이 도시는 해안과 맞닿은 고급 빌라와 타운하우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 5성급 호텔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곳에 자리한 이슬람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를 설계한 유명 건축가 아이오 밍 페이가 디자인하면서 중동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도하의 재래시장 수크(Souq) 나들이도 재미가 쏠쏠하다. 도하 남서쪽으로 7㎞ 정도 떨어진 곳에 낙타ㆍ매ㆍ청과물을 파는 도매시장이 있는데 특히 매 시장이 별도로 형성돼 있어 이채롭다. 매는 카타르의 국조로 부자들이 애완용으로 기르는데 얼마짜리 매를 키우느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된다고 가이드는 설명했다. 2006년 아시안게임을 치른 돔경기장 칼리파스타디움 옆에는 300m 높이의 원통형 어스파이어 타워(Aspire Tower)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서 있다. 현재 고급호텔ㆍ스포츠센터ㆍ회전식당ㆍ전망대 등으로 운영되면서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래를 쌓아 만든 인공 섬인 '팜트리 아일랜드'는 도하 시민의 휴식처인데 예전에 진주를 채취하던 아라비아 전통 목선인 '도우(Dhow)'를 타고 들어간다. 십수년 전 생존의 수단이었던 '도우'가 이제 관광객용으로만 쓰이고 있으니 '진주를 캐던 사막'이 '사막의 진주'로 바뀐, 말 그대로 상전벽해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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