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검찰은 재계 3세인 A씨가 한 코스닥 업체의 자금을 횡령하고 비자금 조성을 요구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현재 A씨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전형적으로 돈 문제가 얽힌 사건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들은 3세들이 성공하기 위한 또 다른 조건으로 '돈의 유혹'을 피하는 일과 글로벌 감각을 키우는 것, 즉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들고 있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부적절한 방법으로 그룹의 승계권을 얻기 위한 자금을 모으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화와 이를 위해 해외인맥을 구축하는 일도 이제는 필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재계 3세들이 최근 그룹 경영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의미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3일 "개발시대를 지나면서 기업을 키워왔던 1·2세와 달리 3세들은 민주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고 언론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와 소액주주들의 집중적인 감시와 견제를 받고 있다"며 "시대가 달라진 만큼 예전과 같은 접근 방식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실제 국내 주요 그룹의 1·2세 경영인들은 각종 경제사건으로 고초를 치렀다. 대개는 관행을 따른 일들이거나 과거의 부실을 숨겨오다 나중에 고름이 터진 것이다. 지금도 적지 않은 그룹 총수가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의 중심이 3세로 넘어오고 있는 지금도 이따금씩 비슷한 사건이 터지고 있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잣대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성과를 내기 위한 조급증을 버리고 정도 경영을 하는 게 바람직한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직 고위 관료는 "'땅콩 회항' 사건에서 보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이제는 숨기거나 축소하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며 "3세들은 투명한 이사회 운영과 경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네트워크도 필수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나 현대자동차·SK·LG그룹 등은 해외시장을 더 키워야 하고 중견·중소기업들도 이제 해외에서 돈을 버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내수시장은 한계가 있고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만큼 3세가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인맥을 쌓는 일도 중요하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매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것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아오포럼'의 신규 이사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 2세들의 경우 중국이나 미국 등 해외진출을 한 사례가 많은데 성공한 것도 있지만 실패한 적도 많다"며 "3세로서 그룹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에서 제대로 성공하는 사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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