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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乳] '필수 아닌 간식으로 전락… 일주일에 한잔도 안마셔

<1> 우유 안먹는 대한민국

요거트에 밀리고 커피에 치여 직장인 20%만 "매일 마신다"

흔했던 가정배달도 자취 감춰

섭취 이유도 질병 예방보다는 "아침 등 식사대용" 많이 꼽아




워킹맘 정시연(36·가명)씨는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대형마트를 찾는다. 한 주간 세 가족이 먹을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그가 구매하는 식료품 가운데 하나는 우유 1,000㎖. 바쁜 아침 출근 시간 간단히 허기를 달래고 다섯살배기 아기 간식용으로 산다. 정씨는 "어릴 적만 해도 매일 500㎖ 우유를 배달시켜 하루 한 잔을 꼭 챙겨 먹었는데 요샌 아침 대용이나 간식용으로 마신다"며 "흰우유 외에도 요거트·발효유 등 좋은 대체재가 많은데다 최근 우유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도 있어서 필요한 양만 챙긴다"고 말했다.

우유를 '필수 식품'이 아닌 '대체 식품'으로 인식하는 건 비단 정 씨뿐만이 아니다. 과거 완전체 식품으로 '하루 한 잔 마시기'가 생활의 일부였던 우유는 시간이 흘러 세대가 바뀌는 사이 소비자로부터 점차 멀어지고 있다. '주식'에서 '부식'으로 전락한 지는 이미 오래다. 비슷한 식품으로는 떠먹는 요거트나 발효유 제품도 넘치고 커피와 탄산수 등 대체 음료에 자리를 내준데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필요성마저 크게 낮아진 탓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대·중소기업을 비롯해 은행·증권·정부기관 등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우유에 대한 인식 변화는 그대로 반영됐다. '우유를 마신다'는 응답자(복수 응답) 5명 가운데 한 명은 아침 등 식사대용이나 간식으로 우유를 섭취했다. 과거 우유 마시는 주된 이유였던 성장 도움(12%)이나 골다공증, 변비 등 질병 예방(17%)은 3, 4위로 밀리며 우유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낮아졌음을 반영했다. 심지어 10명 가운데 한 명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나 습관적으로 마신다고 답하는 등 우유 마시기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마시는 빈도도 크게 줄었다. 일주일에 1~2회 마신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 정도였고 매일 마시는 사람은 5명 중 한 명꼴이었다. 우유를 마시는 횟수가 뚝 떨어지면서 자연히 소비량도 급감했다. 응답자 중 절반(40%)에 가까운 이들이 한 주간 섭취량으로 200~500㎖를 꼽았다. 우유 한 잔을 200㎖ 기준으로 봤을 때 일주일간 1~2잔 마시는 셈이다. 나머지 절반(38%) 정도도 100~200㎖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00㎖ 이상 마신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전무했다. 우유 하루 한 잔 마시기는 옛이야기였고 일주일간 한 잔 마시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우유 마시기를 등한시하다 보니 한 달에 우유 소비를 위해 쓰는 비용도 5,000원~1만원(35%)이나 1만~2만원(24%)이 과반수를 넘었다. 최근 우유 1ℓ 가격이 4,000원 안팎이라는 점에서 한 달 동안 적게는 2병, 많게는 4병을 사는 셈이다. 매일 우유 한 잔 먹기를 생활화해 한 달에 우유 구매 비용으로 2만원 넘는 돈을 쓴다는 이는 10명 가운데 한 명에 그쳤다.

우유가 일상 생활에서 멀어지면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우유 가정배달도 자취를 감췄다. 우유를 마신다고 응답한 451명 가운데 주문 배달을 이용한다는 이는 54명(9%)에 그쳤다. 대부분 아침식사 대용이나 간식용으로 찾으면서 소비자들은 필요할 때만 대형마트(49%)나 편의점(26%), 슈퍼 등 소매점(12%)에서 우유를 샀다.

우유 선택 기준에서도 인식 변화가 감지됐다. 소비자들은 맛이나 브랜드보다는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복수응답)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30명(40%)이 저렴한 가격에 끌려 제품을 고른다고 답했다. 반면 브랜드나 맛에 따라 제품을 선택한다는 응답은 5명 가운데 한 명꼴이었다. 특히 응답자의 17%는 아예 우유를 고르는 기준이 '특별히 없다'고 답해 우유가 더 이상 중요 식품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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