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증권사들이 성과급 체제를 고객수익 중심으로 바꿔 고객 신뢰 회복에 나서고 있다. 거래대금 급감, 수입 감소의 근본 원인이 정작 투자로 재미를 못 봤는데 증권사는 돈을 버는 데 대한 고객들의 실망감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 성과급제를 아예 없애거나 고객의 수익률을 성과에 반영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개인 성과급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초 논의를 시작했던 성과급제 개편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면서 "지점 영업직을 포함해 전체 직원에 대한 개인 성과급제를 올해부터 전면 폐지하고 팀별 성과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팀 성과를 책정하는데 있어서도 고객 주식 회전율이 분기 기준 200%, 연간 기준 300%를 넘는 직원의 성과는 반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증권 업계는 기본급 비중이 낮은 대신 영업 성과에 따른 보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지점 객장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직원의 경우 성과에 따른 연봉 격차가 많게는 3~4배 이상 나기도 한다. 때문에 수수료 수입에 비례한 성과급을 높이기 위해 고객에게 주식 회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려는 유인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개인별 성과급제하에서는 어쩔 수 없이 회전율을 높이려는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팀별 성과로 전환하는 동시에 과당 매매를 유도하는 경우 성과로 인정하지 않으면 팀원이 합심해서 고객 수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결국 더 많은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개인 성과급제를 전면적으로 없애지는 않더라도 고객 수익률을 개인 성과에 반영하는 움직임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월 직원의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고객 수익률의 범위를 기존의 주식에서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랩, 채권 등 모든 투자상품으로 확대했다. 또 개인성과급 책정에 있어서 고객수익률도 반영하도록 변경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단기적인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장기적으로 고객가치를 증대시키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수익률 평가 범위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삼성증권 역시 이달부터 성과급을 포함한 직원 평가에 고객 수익률을 연동시키고 있다. 같은 고객이라고 하더라도 수익률이 저조한 상품에 대해서는 판매 실적의 성과급 반영을 일부 제한하는 식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일환으로 성과체제를 변경했다"면서 "새로운 성과급제하에서는 특정 고객의 회전율을 높여 실적이 좋은 직원보다 많은 고객에게 적정한 수준의 수익률을 골고루 제공한 직원이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증권 업계의 특성상 개인 성과급제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경영진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나치게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 업계의 경우 직원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성과평가체제가 가장 잘 정착돼있는 상황에서 개인 성과급 비중을 낮추면 직원 입장에서는 예전처럼 일할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지점의 경우 팀별로 성과급을 지급하겠다고 하면 수익이 큰 직원들에게서 당장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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