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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I-월드] 직업은 오락인가 예술인가

[김재원의 I-월드] 직업은 오락인가 예술인가땅에 묻어버린 10억 며칠 전 한 TV의 뉴스는 태풍으로 10억원 어치의 사과를 손해 보게 된 한 사과농장 주인의 놀랄만한 직업의식을 보도했다. 대풍이 예상되던 그의 사과농장을 태풍은 사정없이 유린했다. 비가 그친 후의 농장은 낙과(落果) 일색. 어느 음료수 회사로부터 낙과를 팔라는 교섭이 들어왔다. 『다 익지 않은 사과는 주스를 만들어도 맛이 없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어찌 소비자에게 마셔달라 할 것인가를 반문하는 농장주인은, 거기다가 태풍이 오기 직전에 농약을 많이 살포해서 아직 농약이 많이 묻어 있을 사과를 팔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리고 농장 빈터에 큰 구덩이를 파고 낙과를 몽땅 파묻어 버렸다. 시가로 약 10억원어치. 낙과를 파묻어 버림으로서 그는 10억을 손해보지만, 그의 근성은 장차 1,000억의 주인이 될 자질을 증명한다. 10억을 아낌없이 버리는 그의 직업의식은 엄숙하기까지 하다. 최근의 벤처맨들은 완전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무성의하게 짜여진 엉성한 사이트는 벤처정신을 싸구려로 만든다. 자기가 만들어 놓고도 만족지 않은 사이트를 누구더러 보라는가. 더구나 그 시원치 않은 사이트로 펀딩을 하겠다거나 유료화 하겠다는 대담성에 놀란다. 또는 신문에 크게 홍보된 사이트를 방문했다가, 공사중이라는 첫 페이지만 달랑 얹어놓은 것을 보면 심한 모욕감마저 느낀다. 직업관의 확립이 시급하다 그런 벤처기업과 10억원어치를 땅에 묻은 농장주인을 비교해 보라. 벤처기업의 직원들에게선 자유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일하는 사람의 진지함은 없다. 차림새나 자세에선 직업의 오락화가 느껴지기도 한다. 일하듯이 놀고 놀 듯이 일할 수 있다면 프로다. 무하무드 알리의 『연습하듯 시합하고 시합하듯 연습한다』를 상기하라. 박찬호의 15승은 어떤가. 그가 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피나는 노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야구는 예술을 능가한다고 말 할 것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전에 기를 모으는 그의 사진에서 직업의 구도적인 진지성과 치열한 투혼을 발견한다. 지금 우리는 벤처맨들의 안이주의에 놀라고, 자금난이 오자 당장 죽을 듯이 시퍼렇게 얼어붙은 나약함에 절망한다. /코리아뉴스커뮤니케이션즈 회장입력시간 2000/09/15 10:5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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